
전공의 단체가 수련환경 개선을 재차 촉구했다. 과다한 근로시간을 축소하고, 수련환경 평가기구의 전공의 참여,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 책임 경감 등으로 전공의가 필수 의료 분야에 종사할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지도부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과 필수 의료 정상화를 약속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과 대한외과학회, 대한외상학회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보통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받는 전공의에겐 근로기준법이 아닌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을 적용한다. 전공의법은 수련시간이 일주일에 주 80시간, 연속 36시간을 초과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로 인해 전공의가 주당 80시간 가까이 근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공의들은 그동안 근로기준법 적용과 근로시간 현실화 등을 요구해왔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들어서야 전공의 근무시간을 최대 72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날 발제를 맡은 허윤정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의 독립성 확보도 제안했다. 전공의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제도를 논의하는 수평위는 대한병원협회에 위탁·운영되고 있다. 전공의를 고용하는 병원 입장이 반영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체 위원 15명 중 전공의 대표자 역시 2명에 불과하다.
허 교수는 “수평위가 병원협회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구성 역시 전공의 위원이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가 교육을 받는 신분임에도 의료사고 분쟁 위험에 놓이는 것도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마취과 1년차 전공의가 데이트폭력 피해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중심정맥관 삽입시술을 진행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광주고등법원은 최근 담당 전공의와 병원에게 데이트폭력 가해자와 함께 4억3000만원을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2심 판결을 내렸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는 “자체 조사한 결과 서울대병원 전공의 절반 이상이 경찰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면서 “안 그래도 근무환경이 열악한 데 의료사고에 수시로 휘말린다면 누가 수련을 받으려 하겠나”고 반문했다.
서명옥 의원은 “사명감과 소신으로 의료전달체계 최전방에 있는 젊은 의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소송 때문에 의료현장을 떠나게 해선 안된다”면서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전공의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원회 의장 등 지도부가 찾았다. 이들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정부 필수의료 개혁 시작이란 점에 공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의료진은 과부하되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면서 “필수의료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전공의 수련이 단순 근무가 아니라 양질의 교육이 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의정갈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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