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금리 인하 단행
원화 가치 하락, 경제 불확실성 가중
대출 증가 우려 속 은행권 혼란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9%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4년 연속 2%를 밑도는 저성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이 급하게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인하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미루면서 한·미 금리 차가 1.75%포인트로 확대돼 원화 약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보다는 오히려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통화정책만으로 현재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확실성 여전… 추가 대응 가능할까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발표된 직후 채권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596%로 1.4bp 하락했고, 10년물도 2.797%로 2.8bp 떨어졌다.
특히, 금융통화위원 일부가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하면서 국고채 금리는 추가 하락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금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2명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미 올해 기준금리 하단을 2.25%까지 예상하는 분위기다.

삼성증권 김지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하는 단기적 조치일 뿐, 추가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5월쯤 추가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기대했던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올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경기 반등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검토하고 있지만, 정치권 이견으로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최소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국회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서 성장률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결국 정부와 한은이 내놓은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다시 증가세… 은행권도 ‘진퇴양난’

금리 인하 발표 이후 주요 은행들도 대출 금리를 속속 인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KB국민은행 역시 가계대출 금리를 0.08%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6조2,772억 원으로 전월 대비 2조6,184억 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라는 정부의 요구와 가계대출 증가를 막으라는 주문이 모순적”이라며 “이대로 가면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도 변수다.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함께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서, 집단대출과 정책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까지 몰릴 경우, 상반기 내 가계대출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부의 금리 인하 조치가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기는커녕, 금융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라는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리 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정책, 금융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연 정부가 이 위기를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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