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학생 시절 반체제·반국가적인 사상
과거를 숨긴 채 유력 정치인 되어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나라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가 헌재 재판과정에서 22대 국회의원 중 국가보안법 관련자 23명의 명단을 호명했다. 이어 매일신문에서 23명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소개한바 있다.
필자는 아래에서 이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먼저 관련 사건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 70년대 관련자는 이학영(남민전), 윤후덕(출판 관련 등), 이용선(노동운동 관련) 등 3명이고
– 80년대 중반 전학련 삼민투 관련자는 최형두(학생운동 관련), 김남근(학생운동 관련), 박선원(삼민투), 정태호(삼민투), 김민석(전학련), 김종민(구학련), 조국(사노맹) 등 7명
– 80년대 중후반 전대협을 배경으로 한 학생운동 관련자는 서영교, 이인영, 김태년, 정청래, 오기형, 이연희, 진성준, 박홍근, 송재봉, 윤건영, 정춘생 등 11명이다.
– 기타 90년대 학생운동 관련자 김성회, 박상혁 의원 등 2명이다.
학생운동의 사상적 기반은 70년대의 경우 사회주의를 기저에 깔면서도 반독재민주화가 기본이었다면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급진화되었다가 90년대 이후에는 약화된다. 이 중 전학련(전국학생총연합),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는 맑스레닌주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은 주체사상 또는 NL(National Liberation, 즉 민족해방의 약어로, 민족해방파)을 기치로 하고 있어 반독재 민주주의와는 차원이 달랐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국가보안법 관련자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이학영, 김민석, 박선원, 정태호, 김종민, 이연희, 진성준 등 7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이다.
이 중 이학영은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김민석, 박선원, 정태호는 전학련과 삼민투, 김종민은 구학련(구국학생연맹) 관련사범으로 반체제·반국가 성향이 농후했다고 볼 수 있다. 진성준(국가보안법 3년), 이연희(국가보안법 2년 6월) 등도 꽤 높은 형량을 받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에 연루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집행유예라고 하더라도 이인영(전대협 의장) 의원의 경우는 실형에 비해 가볍지 않다.
나머지 의원 대부분은 집행유예이지만 당시 주체사상·NL이 득세했기 때문에 사상적으로는 꽤 심각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80년대 공안기관이 마구잡이로 법적용을 하지 않았던 점이다. 반국가단체인가 이적단체인가가 달랐고 국가보안법 실형·집행유예인가, 국가보안법이 적용되지 않고 단순 집시·폭력 사범인가는 사상·이념적 레벨에 따라 비교적 엄격하게 구분되었다.
한국 사회의 최대 비극 중 하나는 순수한 민주화 운동과 반체제·반국가운동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섞여 버린 점이다. 이때 청년·학생시절의 위반 혐의가 국가보안법인가 단순 집시법 위반인가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고 민주당 안에서도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우원식(국회의장, 국가보안법은 아니지만 학생운동), 이학영(국회부의장), 김윤덕(사무총장), 진성준(정책위 의장), 김민석, 서영교, 정청래 등으로 국가보안법 관련자들이 민주당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학생·청년 시절의 생각을 그대로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학생·청년 시절의 사상적 잔재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22대 국회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간첩) 당선인 명단」
1. 이학영 민주당 의원(1952년생): 전과 3건(강도상해 징역 3년 6월,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징역 5년,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법 벌금 100만원)
2. 윤후덕 민주당 의원(1957년생): 전과 2건(국가보안법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국가보안법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
3. 이용선 민주당 의원(1958년생): 전과 3건(국가보안법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음주운전 벌금 100만원, 음주운전 및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벌금 150만원)
4.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1962년생): 전과1건(국가보안법 및 폭력 등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5. 김남근 민주당 의원(1963년생): 전과 1건(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6. 박선원 민주당 의원(1963년생): 전과 1건(국가보안법 및 폭력 등 징역 3년)
7. 정태호 민주당 의원(1963년생): 전과 2건(국가보안법 및 공문서위조 집시법 징역 4년, 국가보안법 징역 10월 등)
8. 김민석 민주당 의원(1964년생): 전과 4건(국가보안법 징역 1년 6월, 정치자금법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정치자금법 벌금 600만원, 집시법 및 폭력 징역 4년)
9. 김종민 무소속 의원(1964년생): 전과 1건(국가보안법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
10. 서영교 민주당 의원(1964년생): 전과 1건(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11. 이인영 민주당 의원(1964년생): 전과 1건(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12. 김태년 민주당 의원(1965년생): 전과 2건(국가보안법 및 공직선거법 등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집시법 벌금 120만원)
13. 정청래 민주당 의원(1965년생): 전과 2건(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화염병, 폭력, 총포 도검 등 징역 2년, 집시법 벌금 100만원)
14. 조국 조국혁신당 전 의원(1965년생): 전과 1건(국가보안법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15. 오기형 민주당 의원(1966년생): 전과 2건(국가보안법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국가보안법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16. 이연희 민주당 의원(1966년생): 전과 2건(국가보안법 징역 2년 6월, 공직선거법 징역 1년)
17. 진성준 민주당 의원(1967년생): 전과 3건(국가보안법 징역 3년, 공용물건손상 벌금 4백만원, 집시법 및 공익건조물방화 징역 1년 6월)
18. 박홍근 민주당 의원(1969년생): 전과 2건(집회시위 및 화염병사용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국가보안법 및 폭력, 화염병 등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19. 송재봉 민주당 의원(1969년생): 전과 2건(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등 징역 1년 6월 집행유 예 3년, 국가보안법 징역 6월)
20. 윤건영 민주당 의원(1969년생): 전과 1건(국가보안법, 폭력, 집시법, 화염병 사용 등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21.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1969년생): 전과 1건(국가보안법 등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22. 김성회 민주당 의원(1972년생): 전과 1건(국가보안법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23. 박상혁 민주당 의원(1973년생): 전과 1건(국가보안법 징역 10월)
출처 : 매일신문
넷째, 경력 상당 부분이 은폐되어 있다.
먼저 23명에 민주당 사무총장 김윤덕이 빠져 있다. (따라서 24명) 김윤덕은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전북지역 책임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 사실이 맞는다면 위 23명 중에서 가장 진한 사람에 속한다.
나무위키를 검색해 보면 김윤덕의 운동 경력에 대해 “전북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민주화운동·시민운동을 했으며, 졸업 후 시민행동21 공동대표, 전주비전연구소 대표 등을 지냈다”고 되어 있다. 본인이 쓴 “김윤덕 이야기”에도 민혁당 관련 경력은 모두 누락되어 있다.
이건 김윤덕 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 23명 거의 모두 학생운동을 했던 점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상경향을 갖고 운동을 했는가하는 점에 대해서는 사실을 은폐·축소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이적 표현물, 이적단체 가입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검찰 공소장이나 판결문을 볼 수 있다면 청년시절의 사상을 잘 알 수 있는데 이 또한 철저히 은폐되어 있다.
전체 상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80년대 급진이념을 갖고 반독재투쟁을 했던 청년학생 중 일부가 자신의 사상을 숨긴 채 2000년대 이후 정치권으로 진출했다. 햇수가 거듭하면서 다선 국회의원이 되었고 민주당의 핵심적인 위치에 올랐다.
청년시절 그들이 갖고 있었던 사상은 명확히 반체제·반국가적이었다. 2000년대 초반 이른바 386이 정치권으로 진출할 때 본인과 사회 모두가 그들의 청년시절 사상을 허심하게 검증했어야 한다. 사상과 이념은 묘한 것이어서 솔직한 반성과 성찰이 따르지 않으면 그 잔재가 짙게 남아 있는 법이다. 본격적인 운동권 정부였던 문재인 정부를 돌아보면 그 잔재는 예상보다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반체제·반국가라는 프리즘을 들이댄다면, 22대 국회의원 중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갖고 있는 23명(김윤덕까지 포함하면 24명)은 청년·학생 시절 반체제·반국가적인 사상을 갖고 있었고 그런 과거를 숨긴 채 유력 정치인이 되어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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