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올랐지만 소비는 얼어붙어
고물가 속 필수 지출만 늘어 서민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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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올랐는데도 소비는 오히려 위축됐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1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지출 증가율은 2.5%에 그쳤고,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9%로 더욱 저조했다.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민들이 지갑을 여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자동차 같은 고가 내구재 소비를 줄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동차 구입을 포함한 교통 부문 소비지출은 9.6% 감소했다.
생활비 부담에… 필수 지출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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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줄었다지만, 생활에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항목들은 예외였다.
지난해 4분기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전년 대비 7.6% 증가한 34만9000원을 기록했다. 특히 월세(12.9%), 주택 유지·수선(15.7%) 등 주거 관련 비용이 크게 올랐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도 3.5% 증가해 42만3000원에 달했으며, 병원비와 같은 보건 지출 역시 11.1% 늘어 21만5000원을 기록했다.
반면 교통비(-9.6%), 의류비(-0.3%), 통신비(-2.4%), 주류·담배비(-3.4%) 등은 일제히 감소했다. 이는 국민들이 여유로운 소비를 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필수 지출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소득층, 5년 만에 최악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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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저소득층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29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4.3% 감소했다.
이는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로, 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고령 가구 증가로 인해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계층의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특히 식료품·비주류음료(7.9%), 주거·수도·광열(10.8%) 지출이 크게 늘었다. 돈을 벌기는 어려운데, 생활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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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은 19.7% 줄었고, 적자 가구 비율은 56.9%로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 가구가 증가하면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줄고 있다”며 “이전소득(연금·복지 지원 등)이 증가했지만, 생활비 상승을 감당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소득 증가가 생활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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