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수요 급감, 해외로 몰린다
“제주도 가느니 일본” 가성비 논란
비싼 물가에 국내 여행 매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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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몰릴 줄 알고 기대감 갖고 준비했는데, 오히려 손해만 봤어요.”
제주에서 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47) 씨는 지난 연휴 기간동안 설 특수를 기대하며 평소보다 더 많은 재료를 준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손님이 적어 남은 식재료를 보며 한숨만 나왔다.
김 씨는 “설 연휴면 원래 가족 단위 관광객이 몰려오는데, 올해는 조용하기만 하네요”라며 “고기랑 반찬 재료도 넉넉하게 들여놨는데 결국 버리는 게 많아 손해가 큽니다”라고 씁쓸해했다.
국내 여행 찬바람… 수요 감소에 위기 직면
국내 여행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해외여행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급감하는 추세다. 기대를 모았던 긴 설 연휴도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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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해외여행 수요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국내 여행 산업의 위기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여행지 관심도는 전년 대비 10포인트(p) 하락한 80p를 기록했다.
2022년(113p)과 비교하면 33p 하락했다. 향후 3개월 내 국내 여행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93p에 그쳤으며, 여행 비용 지출 의향은 79p로, 2022년(135p)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보다 해외가 더 저렴? 여행객들, 외국으로 발길
올해 설 연휴에 지정된 임시공휴일이 국내 여행보다 해외여행 증가를 촉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올해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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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이 특히 두드러진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97만 9042명으로, 같은 기간 일본인 전체 출국자(91만 2325명)보다 많았다.
해외여행이 국내 여행보다 더 ‘가성비 있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여행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해외여행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국내 여행과 큰 차이 없는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반면 국내 여행은 숙박, 교통, 식비 등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비싸기만 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 외면받는 이유… “비싸고 불편하다”
국내 대표 여행지였던 제주도도 내국인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제주 여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비용과 불편한 접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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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나 부산은 자가용만 있으면 쉽게 이동할 수 있지만, 제주도는 항공권과 렌터카가 필수적이어서 부담이 크다.
실제로 일부 여행객들은 “국내에서 1박 2일 동안 제주도를 다녀오는 비용이면 일본이나 동남아 단기 여행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제주도는 국내 여행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크다는 점이 여행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내 여행 수요를 해외로 돌리고 있다. 국내 여행 업계가 겪고 있는 이 위기가 단순한 일시적 침체인지, 구조적인 변화의 시작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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