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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십니까?” 삶 만족도↓·우울감↑…자살률은 OECD 중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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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한 이들의 수가 1만명을 넘으면서 1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변화와 고령층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8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한국 자살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한 자는 지난 2023년(1만3978명) 대비 3.3% 늘은 1만443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즉, 하루에 40명가량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해당 수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역대 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집계된 2011년(1만5906명) 이후 최다 규모다.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기도 하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 1338명, 2월 1203명, 3월 1318명, 4월 1314명, 5월 1263명, 6월 1213명, 7월 1193명, 8월 1097명, 10월 1179명, 11월 1096명, 12월 1118명이다.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이었던 2020~2021년과 비교해도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한 이들이 더 많았다.

최근 5년 간은 2020년 1만3195명, 2021년 1만3352명, 2022년 1만2906명, 2023년 1만3978명 등으로 집계됐다.

앞서 2023년 정부가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통해 10년 안에 자살률을 2022년의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으나 오히려 더 멀어지게 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1만341명으로, 여성(4098명)에 비해 약 2.5배 많았다. 여성 사망자는 1년 전(4231명)과 비교해 133명 감소한 반면 남성 사망자는 전년(9749명) 대비 592명(6.1%) 증가했다.

다만 해당 월별 사망 잠정치는 사망 신고자료와 경찰청 변사 자료 등을 활용해 잠정적으로 집계한 결과로, 확정치와 비교해 약 1.5% 안팎의 오차가 있어 실제 통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확정치는 오는 9~10월 통계청에서 발표할 전망이다.

지난해 스스로 생을 등진 사망한 자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를 겪은 이후 고립과 불안이 영향이 서서히 드러난 데 이어 사회적 불평등 심화, 고령 인구 증가, 경기 불황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건수의 증가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4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시민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4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시민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추세에 정부도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전국 17개 시도와 자살예방사업 관련 간담회를 진행해 자살 시도자와 유족을 포함한 고위험군 집중지원방안 등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시도하는 자에 대한 사례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이어 청년층 자살시도자의 치료비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자살 유족 원스톱 지원서비스 대상 지역도 지난해 전국 9개 시·도에서 올해 12개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이처럼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러 통계에서 드러나는 지표를 보면 정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인의 삶의 조건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도는 6.4점(10점 만점)이었다. 이는 1년 전 대비 0.1점 떨어진 점수다.

만족도는 2013년 5.7점에서 지속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8년 6.1점을 기록했다. 그러다 2019년 6.0점으로 내려간 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일정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승을 반복했으며 4년 만인 2023년에 다시 하락 전환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경우 그 심각성이 더 크게 드러난다. 세계행복보고서의 국제 비교 결과를 보면 한국의 삶의 만족도는 2021~2023년에 6.06점으로 OECD 국가 평균(6.69점)과 비교해 0.63점 낮았다. 38개국 가운데 만족도 순위는 33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또한 OECD에서 작성하는 국제 비교 자료 기준으로 한국의 자살률은 2021년 10만명당 24.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모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가 낮은 삶의 만족도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이와 자살률은 상관관계를 지닌다.

이와 연관된 우울에 관한 지표도 최근 들어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에 공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2023년의 우울감 경험률은 11.6%였다. 우울감 경험률은 2015년 13.0%에서 2019년 10.2%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4년에 걸쳐 되돌아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회적 인식과 문화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살률이 높은 노인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인류학과 박한선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이 같은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특히 노인들의 경우가 더 심각한데, 급격한 경제 성장과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많은 노인이 사회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계속 만들어줘야 한다”며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노인의 사회적 역할을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보다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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