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려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 한미 조선 협력과 관세 이슈 논의를 위한 실무 채널을 운영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안 장관이 27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미국 상무부 회의실에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해 미국 측에 관세 조치 면제를 요청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협의에서 미국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관세 조치에 관한 실무 협의 채널 구축에 합의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이 자리에는 조현동 주미대사 등도 참여해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1시간가량 회담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한미 정상외교가 불가능한 가운데 트럼프 정부 출범 뒤 처음 열린 통상 분야 장관급 회동이라 주목을 받았다.
한미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이래 대부분의 상품이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에 25%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하기로 해 쿼터(할당량) 안에서 무관세 수출을 하던 우리나라도 3월부터 관세 영향을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더해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목표로 4월2일부터 상대국의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 요소까지 고려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 행정부는 4월1일까지 자국 무역 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자국 무역적자 해소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와 관련한 한국의 협력을 희망하면서도 대한국 관세 계획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덕근 장관은 미국산 가스·원유 등 에너지 수입 확대 등을 통해 한국이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추구하려 한다는 의사를 전하며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관심사에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협력 의제에서 양측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표명한 한미 조선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민관 차원의 체계적 협력 준비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뜻을 전달했다. 러트닉 장관도 이에 호응해 한미간 조선 협력을 구체화할 실무 채널 구축에 뜻이 모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안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국내 기업들의 향후 대미 투자 동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안정적 현지 투자 환경이 뒷받침될 경우 더욱 많은 대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리 측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상호 관세 도입 등 트럼프 신정부의 무역 정책이 구체화하기 전에 우리 입장을 최대한 미국 측에 전달하고 협의를 통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려고 안 장관의 방미를 추진했다.
안 장관은 28일(현지시각)까지 워싱턴 DC에 머물면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백악관 통상·에너지 분야 고위 관계자, 주요 싱크탱크 인사 등을 잇따라 만난 뒤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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