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려는 듯 계열사 합동 IR을 열고, 그룹의 자산현황을 공개했다.
또 재무건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계열사들의 노력도 설명했다. 시쳇말로 ‘속지갑까지 탈탈 깐’ 셈이다.
롯데의 이번 IR은 지난해 11월 28일 여의도에서 계열사 통합 IR행사를 열어 “유동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보유 토지 자산 재평가와 저수익 자산 매각, 투자축소 등 자구책을 설명한지 불과 3개월만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롯데의 설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지난해 11월에도 이례적이었던 계열사 합동 IR을 불과 3개월만에 다시 열어 시장과 투자자를 설득해야할 만큼 상횡이 좋지 않는 방증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관투자자 및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롯데그룹 IR데이'(기업설명회) 행사를 열고 국내외 총자산이 183조원을 넘고 유동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별로 지난번 발표한 재무 구조 개선 및 사업구조 재편 현황을 시장에 공유하기 위해 이번 IR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그룹 매출액은 80조1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9조9000억원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019년보다 1조9000억원 줄어든 6조5000억원이다.
이번 IR의 핵심은 유동성과 재무건전성이었다.
롯데는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과 유휴 자산을 정리하고 주력사업을 강화하면서 바이오앤웰니스·모빌리티·지속가능성·뉴라이프 플랫폼 등 4대 신성장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작년 말 2조원대의 롯데케미칼 회사채 조기상환 위험을 해소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에 맞춰 사업구조를 개선해 왔다. 렌터카업체인 롯데렌탈을 매각하고 신성장 동력 중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된 헬스케어는 청산했다.
이달 들어서는 롯데웰푸드 증평공장과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에 이어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현금인출기(ATM) 사업부(구 롯데피에스넷)를 매각했다.

비상장사인 롯데건설은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1조원 규모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이 목표대로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면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10%에서 150%로 낮아진다. 경상이익도 1000억원이 증가한다.
롯데건설은 당장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지 않지만, 현재 안정된 상황에서 자산을 매각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는 지난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결과 손상차손을 제외하고 각각 8조7000억원, 8조3000억원 규모로 자산이 증가했다.
양사는 이번 자산재평가를 통해 12조6000억원의 ‘자본 확충’이 이뤄졌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190%에서 129%로, 호텔롯데의 부채비율은 165%에서 115%로 축소됐다.

롯데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신용평가 등급, 투자재원 조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쇼핑도 지난해 롯데마트 수원영통점과 롯데슈퍼 여의점 등 비효율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호텔롯데는 자산 경량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호텔롯데는 호텔 브랜드 중에서 ‘L7’과 ‘시티’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업황이 부진한 면세사업 가운데 해외 부실 면세점 철수도 검토 중이다.
롯데그룹은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호텔롯데,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이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날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4개사는 글로벌 확장 전략을 중심으로 한 청사진도 공개했다.
롯데웰푸드는 헬스앤웰니스 사업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국내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인도시장 확대 및 글로벌 브랜드 육성을 중심으로 글로벌 매출 비중을 35%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인도 시장에서 롯데 인디아와 빙과 법인 하브모어 통합 법인을 상반기 중 출범시키고, 인도 푸네 신공장을 본격 가동해 매출을 전년 대비 15% 이상 높인다는 목표을 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필리핀 법인(PCPPI) 수익성 개선과 국내 제품 경쟁력 강화, 비용 절감 프로젝트 ‘ZBB'(Zero-Based Budgeting)를 통한 운영 최적화 등을 중점 전략으로 소개했다. 이를 통해 현재 177% 수준의 부채비율을 2028년까지 100% 수준으로 줄여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핵심상권 마켓리더십 재구축·대한민국 그로서리(식료품) 1번지 구현·이커머스 전략 전환·자회사 턴어라운드 본격화·리테일 테크 트랜스포메이션·동남아 프리미엄 쇼핑 1번지로의 도약 등 6대 핵심전략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30년 매출 20조3000억원과 영업이익 1조3000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싱가포르에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인터내셔널 헤드쿼터 법인을 설립하고 신규 쇼핑몰 개발, 글로벌 소싱 기반 자체 브랜드(PB) 사업 활성화,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MN), 인공지능(AI) 등 리테일 테크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사업 전환과 재무구조 개선을 주요 전략 방향으로 제시했다. 비핵심 사업 매각 등 자산 경량화 작업과 고부가 스페셜티가 중심이 되는 사업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화학 포트폴리오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고, 전지소재와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미래 성장 사업 발굴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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