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가계가 소비지출을 1년 전보다 2.5% 늘리는 데 그쳤다. 2021년 1분기 이후 15분기 만에 최소 폭 증가다. 경기 침체 여파로 승용차 같은 내구재를 사는 데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은 여파로 풀이된다.
통계청은 27일 이런 내용의 ‘2024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구의 전반적인 소득·지출을 기록한 ‘가계부’와 같다.

◇ 작년 4분기, 가구당 月522만원 벌고 391만원 썼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1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분기 대비 3.8% 증가했다. 근로소득(324만1000원·2.3%)·사업소득(109만1000원·5.5%)·이전소득(70만9000원·5.6%)이 모두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2.2% 증가해, 지난해 2·3·4분기 연속 증가했다.
월평균 가계 지출은 391만원으로 2.5% 증가했다. 가계 지출을 구성하는 소비지출·비소비지출 모두 증가했다. 이 중 소비지출은 290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2.5% 늘었다. 소비지출 증가 폭은 2021년 1분기(1.6%) 이후 15분기(3년9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소비지출 항목을 보면, 주거·수도·광열 등 집세와 관련한 지출이 7.6% 증가했고, 높은 먹거리 물가로 인한 음식·숙박(5.1%) 그리고 해외여행과 관련한 오락·문화(11.1%)에서도 증가 폭이 컸다.
하지만 교통은 9.6%나 감소해, 전체 소비 지출 증가 폭을 둔화시킨 요인으로 꼽혔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 같은 내구재 성격의 재화 지출을 줄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구재는 자동차나 가구, 통신기기 등 가격이 비싸고 한번 사면 오래 쓸 수 있는 상품을 일컫는 것으로, 경기 침체의 여파를 민감하게 받는 항목으로 꼽힌다. 주류·담배(-3.4%)·가정용품·가사서비스(-3.7%)·통신(-2.4%)도 지출이 줄었다.

◇ ‘적자 가구’ 늘어… 소득 최하위 1분위서 적자 심화
소득에서 연금·보험·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0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4% 증가했다. 이런 처분가능소득에서 다시 소비지출을 뺀 ‘가계수지’는 130만5000원 흑자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7.8% 증가한 것이다. 다만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69%로 전년보다 1.1%포인트(p) 하락했다.
소득 수준별로 1~5분위를 나눠 살펴보면,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늘었고 지출은 최상위 5분위(-0.4%)만 빼고 모두 증가했다. 최하위 소득 분위인 1분위는 전체 소득은 늘었지만 근로소득이 4.3% 감소해, 전 분위 중 유일하게 줄었다. 1분위가 대부분 고령층으로 구성된 영향이다. 다만 기초연금·생계급여 등 보장 강화로 이전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총소득을 뒷받침했다.
가계수지가 ‘적자’인 가구는 23.9%였다. 네 집 중 한 집은 쓸 수 있는 돈에 비해 나간 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적자 가구 비율은 전 분기(23.7%)보다 소폭 늘었다. 최하위 1분위 적자 가구 비율이 54.8→56.9%로 가장 큰 폭 늘었고, 3분위(19.7→20%)·5분위(7.1→8.2%)도 증가했다. 2분위(22→21.1%)·4분위(15.2→13.3%)는 적자 가구 비중이 줄었다.

◇ ‘물가’ 탓에 먹거리 지출 많았고, 술·담배 줄인 작년
한편 지난해 연간으로는 월평균 소비지출이 289만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2023년 지출 증가율(5.8%)보다는 폭을 줄였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1.2%다.
음식·숙박(5.2%), 주거·수도·광열(6.5%), 오락·문화(7.9%), 식료품·비주류음료(3.8%) 등에서 지출이 늘었는데, 물가 상승률 요인을 제거하면 음식·숙박과 식료품·비주류음료 증가율은 각각 2%, 0%에 그친다. 먹거리의 양을 작년만큼 구매한 것이지만, 물가가 올라 돈을 더 쓴 것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이 가장 많이 감소한 항목은 주류·담배(-3.0%)와 교통(-2.9%)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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