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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 확산, 비명계도 요구하지만…이재명만 ‘침묵’, 왜

데일리안 조회수  

비명계 인사에 정치권 원로들까지

이구동성 “개헌 논의하자” 성토 중

유력주자 李, 본인 대선 공약임에도

“내란 종식부터 해야” 반응 시큰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개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계파 통합의 일환으로 실시된 회동에서 이구동성 이어지는 개헌 요구에 이재명 대표는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자신이 유력하게 부상했는데, 당장 개헌을 통해 얻을 실익이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관측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야권 잠룡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시작으로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자신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들과 잇따라 회동하고 있다. 또 이 대표는 27일과 28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각각 만난다. 이들은 모두 이 대표를 향해 이구동성 개헌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개헌론이 선뜻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 24일 저녁 이 대표와의 만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개헌) 문제에 대해 ‘이 정도로 이야기를 안하면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이 대표가 ‘나도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아직 아니지 않느냐. (윤 대통령) 탄핵에 집중해야 될 때가 아니냐’라고 해서 조금 공방이 오갔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 측 오영식 전 민주당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개헌 등 정치개혁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김 전 총리의 강한 주문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평소 이견이 있더라도 직접적 표현은 삼가는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총리가 취재진 앞에서 ‘공방’이라는 단어를 낸 것은 이 대표가 그만큼 개헌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방증으로 해석됐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개헌에 소극적인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이 대표와 지도부가 개헌을 논의한 바는 없다”면서도 “조기 대선이 실시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 다만 공당으로서는 옵션A든 옵션B든 계획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무·행정적 준비는 하고 있고,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즉답을 피하고 있는 개헌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대선후보 당시 공약이었다. 그는 지난 2022년 2월 20대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헌법 개정을 공약했다. 그러면서 현행 5년 단임제를 제왕적 대통령제로 규정,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이를 탈피할 방안을 거론하며 “전면 개헌이 아닌 합의 가능한 개헌부터 순차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던 이 대표는 지난 19일 MBC ‘100분 토론’에서 개헌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는 게 당의 기본 방침”이라고 답했고, 최근 비명계 인사들과의 회동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차기 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면서 개헌 의지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와 함께 ‘100분 토론’에 출연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개헌) 언급을 전혀 안해서 대통령 되면 ‘개헌 안 할 거야'(하는 거 아닌가 싶다)”라며 “지난 대통령들도 그랬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박용진·김두관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양기대 전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지난 18일 경기 광명역 웨딩홀에서 열린
박용진·김두관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양기대 전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지난 18일 경기 광명역 웨딩홀에서 열린

이 대표가 개헌에 소극적인 배경은 조기 대선 국면에 따른 정치적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 대선주자 연대 플랫폼 ‘희망과 대안 포럼’을 이끄는 양기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에서 분출하는 개헌 논의를 외면한 채 지금의 87년 체제에 안주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개헌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고 대선 이후로 미룬다면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개헌은 특정 정치인의 유불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정과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인 만큼, 이 대표는 정치적 계산을 내려놓고 국민과 나라를 위한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원로들도 개헌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등으로 구성된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26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개헌 논의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개헌을 하지 않고 가면 죽은 체제 위에서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그러면서 “도덕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사람이 된다면 지금보다 더 심한 파탄이 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원로모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까지 범국민 개헌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개헌 토론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내달 5일 오후 2시엔 서울역 광장에서 개헌서명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오는 28일 이 대표와 회동을 앞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JTBC ‘오대영 라이브’에서 “3년 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와 연대하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 의견을 같이하고 서명했다”며 “이 대표와 만남에서 다음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강력히 얘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비명계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원들이 이 대표와 회동 소식이 알려지면 당사자에게 ‘사법리스크를 강하게 꾸짖어라’ ‘개헌 회피는 대통령 되겠단 욕심일 뿐이라고 지적하라’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개헌 논의 요구에 일언반구 없이 이 대표가 연쇄회동에 나서는 것은 이 대표가 비명계를 자신의 대권가도의 불쏘시개로 사용할 뿐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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