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올겨울 유난히 많은 해양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당장 지난 12일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는 너울성 파도로 인해 어선 ‘제성호’가 전복, 2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뿐만 아니라 이달 초 토끼섬 앞에선 어선 2척이 암초에 좌초돼 사망자 2명, 실종자 2명이 발생했다.
해양사고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크고 작은 항공기 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터뷸런스(난기류)로 흔들림은 항공사고 주요 위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에 몇몇 항공사에서는 난기류 대비를 위한 보조엔진, 안전좌석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사 시간 및 음식 온도 조절 규칙도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항공·해양재난 증가가 ‘기후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대기권 구조 변화, 해수 흐름 등이 바뀌며 기존 안전수칙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박과 항공기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 거세지는 ‘열대저기압’, 위협받는 ‘바닷길’
실제로 최근 글로벌 해운·항만 산업계에선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한 요소로 보고 있다. 영국 해상 상호책임보험사 ‘브리타니아(Britannia) P&I’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의 열대저기압 강도는 매년 평균 1~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열대저기압은 26~27°C 이상이 바다에서 발생하는 상승기류가 회오리로 변하는 현상이다. 흔히 ‘태풍’, ‘사이클론’ 등 파괴적인 해양 재난의 원인이 열대저기압이다.
브리타니아 P&I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극심한 기상 현상의 빈도와 심각성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기상 패턴이 변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치와 계절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기후 변화는 복잡한 자연적 요인과 인간 활동으로 인한 요인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갑작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다”며 “뿐만 아니라 연쇄적인 영향으로 더 큰 피해가 초래되기 때문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완화 및 대응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경고했다.

미래에 과학자들은 미래에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사고 위협이 커질 지역은 ‘북극해’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북극 지역에 위치한 북극해는 러시아, 노르웨이, 그린란드, 캐나다, 알래스카에 둘러싸인 ‘지중해’다. 원양어선, 무역선 등이 이송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만약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현재 시점에 북극해 신항로가 개척될 경우 해양사고 빈도가 증가할 가능성도 크다. 영국 리즈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경우 북극해에서 ‘대량 사상자 사고(MCI)’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북극을 항해하는 벌크선 2005년에서 2017년 사이에 북극에서 2,638건의 선박 사고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사상자는 총 520명이었다. 이 중 ‘운영 환경으로 인한 선박 손상 및 고장’이 전체 사고 원인의 48%를 차지했다. 높은 파도, 유빙(얼음덩어리)과의 충돌 등으로 인한 사고가 북극 내 해양사고를 가속화시킨 것이다.
리즈대 연구팀은 “199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캐나다 북극에서 선박의 이동 거리는 150% 이상 증가했다”며 “항해 가능한 강과 호수를 통한 내륙 운송도 얼음이 없는 계절이 길어짐에 따라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으로의 무역로가 변화하고 있다”며 “북극항로에 대해 최대 2개월의 추가 운항이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유빙으로 인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 하늘길도 안심 못해… 최근 항공기 추락 25%가 ‘기상 문제’
기후변화가 가속화된 이래, 해양사고뿐만 아니라 항공기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항공기가 전조현상이 없는 ‘터뷸런스(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이 과정에서 70대 영국인 한 명이 심장마비로 숨졌고, 승객 7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비행기 탑승자는 229명으로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뿐만 아니라 이 사고가 발생한지 5일 뒤인 5월 27일, 카타르에서 아일랜드로 향하던 여객기가 난기류에 휩쓸려 승객 12명이 다쳤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난기류 사고 증가 추세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상반기 보고된 난기류는 총 1만4,820건이다. 2019년 상반기(8,287건) 대비 78%나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여객기 전체 사고 10건 중 7건은 난기류 사고였다. 난기류 자체가 대형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 하더라고 분명 위험요소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된 시점 이후 항공기 난기류 사고가 증가하고 있음을 입증한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튀르키예 국립 에르지예스대 항공기과학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조건의 변화가 전 세계 항공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22년 사이에 발생한 승객 정원 12명 이상의 항공기 추락 사고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0년부터 2022년 사이 발생한 항공기 추락사고는 총 1,511건이었다. 이중 375건의 추락사고는 기상 현상이 원인이었다. 전체 중·대형 항공기 추락사고의 25%가 기상이변에 의해 발생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해 기후변화로 인한 항공사고 자체도 증가하는 추세였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10년과 2010년부터 2022년 사이 발생한 기상 원인 항공사고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0년부터 2022년 사이에 발생한 항공기 추락사고가 1998년부터 2010년 대비 9% 증가함을 확인했다.
항공기 추락사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기상 요인은 △강풍(26%) △가시성 저하(26%) △비(18%) △눈·결빙(12%) △안개(9%) △뇌우(9%) 순이었다. 특히 ‘강풍’과 ‘가시성 저하’는 항공기 조종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조종사의 업무부하 증가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조종사 실수로 인한 사고 유발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에르지예스대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빈번하고 심각해진 기상 현상이 항공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파괴적인 차원에 도달하고 있다”며 “항공 산업계에선 이제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가변적인 기상 조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AI’, 기후변화 해양·항공재난 해결책 급부상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항공사고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인공지능(AI)’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AI의 강력한 연산 능력을 활용한 기상 예측 및 사고 발생 가능성 추론 소프트웨어 개발 가능성이 열리면서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선 관련 연구 성과가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해양 안전 분야 중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는 노르웨이 남동부 대학교(USN) 해양과학부 연구팀의 연구다. 이 지난해 11월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USN 연구진은 머신러닝 기반 해양사고 예측 AI알고리즘을 개발했다.
USN 연구팀이 개발한 AI알고리즘은 ‘자동화 머신러닝(AutoML)’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자동화 머신러닝은 문제 해결 과정 중 일부를 자동화한 것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학습시키지 않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 학습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AI모델에 연구진은 노르웨이 해양당국(NMA)이 1981년부터 2021년까지 기록한 총 105개의 기상 모델을 AI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해당 AI모델은 날씨 데이터를 학습할 경우, 70.23%의 정확도로 해양 선박 사고 확률을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가장 낮은 경우에도 64.86%의 정확도로 준수한 성능을 보였다. 또한 AI는 선박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바람, 해수면 압력, 가시성 저하, 달의 위상 변화 등으로 예측했다.
항공사고 분야에서도 우수한 AI 예측 연구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중 국내 연구진의 연구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연구팀이 2023년 8월 발표한 내용이다. 한서대 연구팀은 비행 데이터를 이용, 머신러닝 기반의 공간적 방향 감각 상실 탐지 AI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일반 항공기보다 기상영향을 크게 받는 ‘헬기’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연구팀은 표준화된 비행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실험에 적합한 환경을 구축했다. 그 다음 20명의 헬기 조종사에게 ‘Bell-206 회전익항공기’로 인천공항에서 이륙해 10분간 비행하도록 했다. 그 다음 이 비행데이터를 ‘FlyPT Mover’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활용해 모션데이터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초당 5회씩 샘플링을 통해 5,4000여개의 학습용 비행데이터 확보에 성공, 이를 기반으로 ‘엑스트라 트리’ 머신러닝 기반 AI모델을 제작했다. 해당 AI의 항공 위험 탐지 정확도는 99.6%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헬기 등 회전익항공기의 비행착각으로 인한 사고의 90%는 대부분 치명적인 사망사고로 연결된다”며 “조종사의 80%이상은 비행착각을 경험했고 특히 야간, 계기비행 기상조건과 같이 시야 제약을 많이 받을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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