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스틸컷 [이미지제공=쇼박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2-0036/image-32d9e41f-5b60-4e64-b2eb-ced5d87710f2.png)
【투데이신문 최두진 객원기자】 한국 장르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1990년대 오컬트 판타지 신드롬을 일으킨 소설 『퇴마록』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과연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원작의 명성을 잇기 위한 도전, 과연 성공할 것인가
1990년대 중반, 판타지와 오컬트라는 생소한 조합을 한국 문학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작품이 있다. 바로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이다. 당시 PC통신 ‘하이텔’ 연재를 통해 시작된 이 작품은, 단숨에 1,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한국 장르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특히, 불교·가톨릭·무속신앙 등 동서양 신화를 절묘하게 융합한 세계관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이후 1998년 안성기 주연의 실사 영화가 제작됐으나,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를 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2024년, 『퇴마록』이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원작 재현을 넘어,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부 팬들에게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작품으로 남고 있다.
프리퀄 형식으로 변주된 이야기, 신선함이냐 낯섦이냐
이번 애니메이션은 원작과 완전히 동일한 스토리라인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네 명의 퇴마사가 팀을 이루는 과정을 그리는 ‘프리퀄(Prequel)’ 형식으로 구성됐다.
원작 팬들에게 익숙한 ‘현암의 초지검’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초지검은 원작에서 퇴마사들의 강력한 무기이자, 그들의 신념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를 배제했다.
이러한 변주는 단순한 설정 변경이 아니라, ‘원작을 확장하는 도전적 시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원작 팬들에게는 낯설고 어색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원작을 벗어나면 과연 ‘퇴마록’일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시각도 존재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 그러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비주얼
스토리 자체는 탄탄했다. 원작자 이우혁이 직접 스토리 작업에 참여한 만큼, 캐릭터 간의 관계 설정은 자연스럽고 전개는 매끄러웠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주얼 디자인의 이질감이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점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면서 한국적 정체성이 희석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니메이션 「퇴마록」이 오컬트 장르로서 서양 및 동양적 요소를 조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한국적 배경이 무색해질 정도의 디자인 선택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자국 문화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복장 또한 원작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들이 보아온 카톨릭 신부님의 복장이 아니다. 호법들의 의상은 중국 무협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타일과 비슷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으로서 상당한 이질감이 보였다. 사찰 주변의 산들의 풍경도 조금 낯설다. 이것들이 관객들에게 스토리의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배경 및 건축 디자인이 증가하면서, 특정 국가의 스타일이 글로벌 애니메이션에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퇴마록」의 사찰 구조와 복식 디자인이 한국적이지 않은 이유도 AI 기반 모델이 중국풍 디자인을 기본적으로 학습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향후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어떻게 독창성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K-판타지 애니’의 새로운 가능성 열 수도
이번 애니메이션이 원작의 국내편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면, 후속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퇴마록』의 핵심 스토리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현암의 초지검은 등장할 것인가? 과연 네 명의 퇴마사는 본격적으로 한 팀이 되어 악마와 맞서 싸우게 될 것인가?
이번에 개봉한 이 영화는 스토리의 탄탄함과 캐릭터 구성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다는 점에서, ‘확장된 세계관’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원작을 비추어 보면 애니메이션 영화도 시리즈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몇 가지 불편했던 이미지 등을 보다 한국 고유의 스타일을 갖추고, 단순한 원작의 각색을 넘어 한국형 판타지 시리즈로 자리 잡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K-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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