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술보다 우선”…충성 강조
“정치사상·도덕강군화 앞세워야”
불안함 속 분열을 막기 위한 발언
사천지도 놓은 참관 수업…의도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창립 80주년을 맞은 김일성정치대학을 찾아 군의 사상 무장과 신념화된 충성을 강조했다.
러시아 파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동요를 잠재우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군이 경남 사천시로 보이는 지도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수업을 받는 모습도 보였다.
군인·무기·사상 3대 요소 중 '사상' 강조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4일 김 위원장이 최고군사정치학원인 김일성정치대학 창립 80주년을 맞아 학교를 방문해 이같은 내용의 연설을 했다고 2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북한군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군대로 돼야 한다”며 “당의 군대, 인민의 군대로서 정치사상적, 정신도덕적 우월성을 고수·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군대를 군사기술적으로 무장시키기에 앞서 사상적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군 건설에서 중핵으로 된다”며 “군인과 무기, 사상을 ‘무장력의 3대 요소’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군대의 건설 방향은 변함없이 우선적으로 철저히 정치사상 강군화, 도덕 강군화를 앞세워야 한다”며 “다음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군사기술장비 고도화를 실현하는 것으로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군인을 지도하는 정치일꾼 사이에서 “당 중앙의 요구와 기대에 따라서지 못하는 일부 편향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수행할 과업을 제시했다.
최근 북한이 정치사상 강군화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전국 각지 건설 현장에서의 군대 동원이 그 배경이라고 통일부는 추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대규모 해외 파병과 건설 현장 동원을 “젊은 군인들이 자연스럽게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군내 사상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대학 방문에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노광철 국방상 등 당 중앙군사위 고위간부들이 수행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의 결속 강화와 불안한 분위기 속 분열을 막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군인 군인·무기·사상 3대 요소 가운데 사상을 강조한 것은 영군체계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지도자의 선대 사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사천시' 추정 지도 공개…"의도적 사진"
특히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사진 중 김 위원장이 학생들의 수업을 참관하는 모습에서 경남 사천시 일대로 추정되는 지도가 발견됐다.
관련 사진 가운데 ‘기계화보병여단공격전투때 당정치사업’을 주제로 진행한 토론수업에서 학생들이 컴퓨터 화면에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사천비행장 일대의 지도를 띄어놓은 장면이 담겨 있었다.
사천시에는 공군기지와 KF-21 개발업체(KAI) 등이 있다. 사천 공군기지는 현재 훈련비행단의 주둔지이지만 전시 주요 비행자산이 후방에서 이동할 때도 사용된다.
우주항공청 신청사 입지가 이날 사천시 경남우주항공국가산업단지로 최종선정되기도 했다.
여현철 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부원장은 “북한이 지난해 말 적대적 대남기조 전환을 천명한 상태에서 남쪽 지역을 지칭해 보여준 것은 의도적이다”면서도 “해당 사진을 확대 해석해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일성정치대학은 평양시 형제산구역에 1945년 11월 설립돼 일반 야전지휘관을 양성하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과 달리 군 장병들에 대한 사상교육과 당 조직 운영을 담당하는 정치장교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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