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작은 창문’이다. 사진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의 한 조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천일보는 지난해 12월 인천문화재단 창립 20주년을 맞아 재단과 공동으로 ‘되돌린 시간 되짚은 공간’이란 이름으로 사진 기록물을 발간했다. 흑백 사진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우리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인천의 지난 시절과 마주하게 된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기, 변화하는 도시와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이 책은 그 시절을 살아간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추억이,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준다.

▲필름 위에 남겨진 ‘인천 이야기’
이 기록물은 우리가 잊고 있던 인천의 숨결을 다시 깨우는 책이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간 시폰 원피스를 걸친 여성, 챙이 넓은 모자와 촌스러운 꽃무늬 치마를 입은 여성. ‘월미도 문화의 거리, 1989’ 사진은 1980년 후반의 유행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월미도의 모습은 지금과는 또 다른 당시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같은 해인 1989년 인천공설운동장야구장 담벼락이 찍힌 사진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30여 명의 관중들은 야구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높이 3m가 훌쩍 넘어 보이는 담벼락을 올라타 있다.
경기보다 더 아슬아슬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시대 인천 사람들의 열정과 패기를 엿볼 수 있다.


1984년 송림동에는 인천에서 가장 가파른 언덕길로 불리던 ‘헐떡고개’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고단한 기억을 덜기 위해 ‘활터고개’로 이름을 바꿨다. 이제는 재개발로 인해 사진 속 헐떡고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당시 사람들의 땀과 노력은 아직 그대로 배어 있다.
지금은 사라진 그 시절의 동인천역 인천백화점, 대형 상수도관을 놀이기구 삼아 뛰어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우물가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빨랫비누 냄새도 책 속에서 되살아난다.
▲ 사진 속 실습생, 50년 후 인천 의료 정책의 주역이 되다

“처음 이 사진을 봤을 때 깜짝 놀랐어요. 너무 반가웠죠.”
장성숙(69·더불어민주당·비례·오른쪽 맨 위 사진) 인천시의원은 사진 한 장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었다.
1975년 어느 여름 이작도. 간호사를 상징하던 흰색 원피스를 입고 하얀 모자를 쓴 여학생들은 허리 높이만 한 책상에 기대 의료 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도 담겼다.

당시 경기간호전문학교(현재 가천의과학대) 2학년 학생이던 그는 사진 속 의료 봉사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사진 보니까 바로 실습했던 시절이 떠올랐어요. 지금이야 혈액형 정도는 다 알고 있지만, 당시엔 모르는 사람이 많았어요. 귀를 찔러 혈액을 채취한 뒤 슬라이드에 시약을 떨어뜨려 간이 검사를 했죠. 검사가 정확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 커서 병원에서 다시 검사했을 때 다른 혈액형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반세기 전 의료 봉사에 참여했던 실습생은 오늘날 인천지역 의료 정책을 고민하는 시의원이 됐다.
“의료 환경이 열악해 주사기도 일회용이 아닌 유리로 된 제품을 소독해 재사용했어요. 특히 섬 지역은 의료 환경이 열악해서 직접 찾아가는 게 필수였죠. 졸업하고 40년 가까이 공공의료기관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섬 지역 의료 격차가 크다는 걸 느꼈어요. 인천시가 방문 진료 등 통합 돌봄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갖춰 섬 지역 의료 서비스 개선에 앞장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장 의원은 사진 기록물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가 살아가는 인천의 소중함을 깨닫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불과 50년 만에 인천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살기 좋아졌어요. 이 책을 보면서 과거를 되돌아 보니, 우리가 이렇게 발전하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이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됐죠. 이 책을 통해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인천을 다시금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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