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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계로 속여 단국대 교수까지 했던 북한간첩 출신 정수일씨 사망… 향년 9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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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 창비 제공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 창비 제공

위장간첩 ‘무하마드 깐수’로 널리 알려진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전 단국대 교수)이 별세했다. 향년 91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관계자는 “정 소장이 지병을 앓다가 입원 치료 중 전날 소천했다”고 25일 밝혔다.

격변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해 온 정 소장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에서 남파돼 간첩 활동을 하며 극한의 위기를 맞았고, 이후 전향해 연구자로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한 시대를 살다 간 경계인이자,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학자였다.

검거된 '무하마드 깐수' / 연합뉴스
검거된 ‘무하마드 깐수’ / 연합뉴스

정 소장은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국적과 신분을 바꿔가며 두 세계를 넘나들었다. 한때 아랍계 필리핀인 ‘무하마드 깐수’로 위장해 국내 학계에서 활동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흔치 않은 중동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96년 북한대사관에 팩스를 보내다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에 체포되면서 진짜 정체가 세상에 드러났다. 그는 북한에 대남 공작 공로를 인정받아 ‘조국통일상’까지 받았던 인물이었다.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에겐 사형이 구형됐으며, 최종적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복역 중 전향을 선택했다. 2000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뒤 2003년 사면·복권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학문에 매진하며 실크로드 연구의 선구자로 활동했다. ‘실크로드학’을 정립한 그는 국내 문명교류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학자로 평가받는다.

정 소장은 ‘경계인’이라는 표현을 거부했다. 2002년 출간한 자서전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에서 그는 “나는 단지 시대의 소명을 따라 살아온 한 ‘시대인’일 뿐”이라며 자신을 특정한 틀에 가두는 시선을 경계했다. 그의 삶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어떤 이는 한 맺힌 실향민으로, 또 어떤 이는 시대적 격변 속에서 학자로서의 사명을 다한 석학으로 기억하고 있다.

1934년 중국 연변에서 태어난 정 소장은 1955년 중국 국비연구생으로 선발돼 이집트 카이로로 떠났다. 이후 모로코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으며, 튀니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등 중동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63년 북한으로 귀화한 뒤 평양국제관계대학과 평양외국어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김일성의 통역을 맡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던 그는 1974년 북한 대외정보조사부 소속 대남 공작원으로 선발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그는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으로 1984년 한국에 입국해 단국대 사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방송과 언론을 통해 이슬람 전문가로 널리 알려졌다. 그의 글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처용가’의 주인공이 아랍인일 가능성을 제기한 연구로도 주목받았다. 언어 능력도 뛰어나 한국어를 포함해 12개국 언어에 능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소장의 위장은 철저했다. 한국에서 만난 아내조차 그를 아랍계로 여겼다. 아랍어로 잠꼬대를 했다는 일화는 그의 철저한 위장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1996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북한대사관에 팩스를 보내다 적발되면서 모든 것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당시 국내에 큰 충격을 안겼다.

출소 후 그는 학자로서의 삶을 다시 시작했다. ‘실크로드 사전’, ‘해양실크로드 사전’, ‘우리 안의 실크로드’ 등 30여 년간 집필한 연구서만 20여 권에 이른다. 학문적 성과는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그의 연구는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동서 문명 교류를 조명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고령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도 학술대회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하는 등 왕성한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빈소는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22호실에 마련됐다. 조문은 26일부터 받으며, 발인은 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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