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류성호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단일분자 이미징 중 우연히 광청변화 현상을 통해 ‘초광안정적인’ 형광분자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장영태 화학과 교수팀과의 협력을 통해 질량분석 및 핵자기공명분석으로 이 분자의 구조를 밝혀내고, ‘Phoenix Fluor 555(PF555)’로 명명했다.

‘단일분자 이미징’은 형광 표지를 이용해 단백질의 움직임을 단일 분자에서 정밀하게 관찰하는 기술이다. 세포생물학, 생화학, 분자생물학, 신약개발 연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표지를 위한 기존 유기형광분자는 광안정성이 낮아 연구에 제약이 있었다. 빛에 노출되면 쉽게 분해되거나 형광 특성을 잃는 ‘광표백’ 현상으로 인해 장시간 관찰이 필요한 세포 내 단백질 움직임이나 복잡한 생체 반응을 완전히 추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확인한 초광안정적 형광분자 ‘PF555’는 기존 형광물질보다 광안정성이 뛰어나 개별 단백질(단일 분자 수준)뿐만 아니라 여러 단백질(대량 수준, bulk)을 동시에 관찰할 때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산소의 농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긴 광표백 수명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PF555’를 활용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단백질의 세포내이입과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작용과정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단백질(EGFR)’은 세포 성장과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세포막 ‘CCS(세포 내에서 클라트린 단백질로 덮인 막의 구조)’에 갇혀있는 상태뿐만 아니라 주변을 탐색하는 상태도 존재함을 발견했다.

이는 ‘EGFR’이 ‘CCS’ 주변을 돌아다니며 외부 신호를 감지하거나 다른 분자와의 상호작용을 조율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PF555’의 우수한 광안정성 덕분에 연구팀은 기존 형광물질로는 추적하기 어려웠던 ‘EGFR’의 세포내이입과 재활용 전 과정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관찰하는 데도 성공했다.
류성호 교수는 “PF555는 이전에 보고된 적 없는 초광안정적인 유기형광분자다. 시간적 제약 때문에 관찰이 어려웠던 생명현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태 교수도 “PF555의 놀라운 안정성이 유기형광분자 연구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며, 신약 개발, 질병 진단, 세포 이미지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류성호 교수, 김도현 박사, 홍 민 트리엣 박사 연구팀과 장영태 교수, 융합대학원 이순혁 박사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 글로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생화학 연구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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