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뉴욕 양키스가 드디어 특유의 수염 금지 규정을 철폐했다. 이제 양키스 선수들과 관계자는 ‘단정한 수염’을 기를 수 있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데빈 윌리엄스가 규정 변화의 시발점을 만들었다.
미국 ‘ESPN’은 22일(한국시각) “윌리엄스가 양키스 수염 규정을 변경하는 데 기여했다”고 전했다. 윌리엄스는 트레이드를 통해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이적, 이번 시즌부터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는다.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밀워키의 지명을 받은 윌리엄스는 201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95로 가능성을 보였고, 이듬해 22경기에서 4승 1패 9홀드 평균자책점 0.33을 적어내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이어 2021년 8승 2패 2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50, 2022년 6승 4패 26홀드 15세이브 평균자책점 1.93, 2023년 8승 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1.53으로 승승장구했다. 지난 시즌은 피로골절 여파로 22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1승 무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1.25로 여전한 성적을 남겼다.
윌리엄스를 상징하는 구종은 서클 체인지업이다. ‘에어벤더’라는 별명을 가진 그 구종은 윌리엄스를 메이저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벤 라이스는 “윌리엄스는 미쳤다. 정말 재능이 있다. 그의 공은 큐볼처럼 온다. 갑자기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탐스러운 수염으로 유명하다. 데뷔 이래로 윌리엄스는 모두 풍성한 수염을 흩날리며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양키스 이적 후 ‘면도’라는 벽에 부딪혔다.


어쩔 수 없이 면도를 하긴 했지만, 윌리엄스는 양키스의 규칙이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불만을 애런 분 감독과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에게 전달했다. ‘ESPN’은 “윌리엄스는 선수들이 스스로 가장 편한 모습일 때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한다는 점, 그리고 깔끔한 외모를 강조하기 위한 규정이 결국 콧수염을 제외한 다른 얼굴 털만 제한하는 모순을 지적했다”고 했다.
캐시먼 단장은 이 주장을 존중했고, 윌리엄스는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와 대면하게 됐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론 기드리, 앤디 페티트, C.C 사바시아, 애런 저지, 게릿 콜, 지안카를로 스탠튼 등 전현직 선수와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최근 몇 주 동안 전현직 양키스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수염 정책에 대한 관점을 들었다”며 “고민 끝에 우리 선수들과 직원들이 ‘단정한 수염’을 기를 수 있도록 정책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다만 ‘단정한’ 수염만 허용된다. ‘MLB.com’은 “브랜든 마쉬(필라델피아 필리스)처럼 긴 수염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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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년 묵은 규정의 변화다. 이 규정은 1976년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구단주가 도입했다. 조지는 “모든 선수, 코치 및 남성 임원들은 (종교적 이유를 제외하고) 콧수염을 제외한 모든 얼굴 털을 기를 수 없으며, 두발 또한 목깃 아래로 자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할 구단주는 “아버지 조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였다. 만약 누군가 아버지께 이 정책이 선수 영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면, 아버지는 생각보다 쉽게 변화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윌리엄스는 다시 수염을 기를 예정이다. 그는 “몇몇 선수들은 이런 논의가 진행 중이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바뀌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제 다시 기를 수 있다는 게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과거에도 꽤 단정한 스타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팀이 원한다면 더 짧게 다듬을 의향도 있다”며 “중요한 건, 구단이 우리의 의견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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