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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한국’이나 ‘코리아’라고 부르지 않는 나라는 몽골뿐이다. 몽골은 다른 국가의 명칭을 표기할 때 대부분 해당국의 영문 표기를 따르지만 유독 한국을 표기할 때는 ‘Republic of Korea’라는 명칭 대신 ‘솔롱고스(Солонгос)’를 사용한다. 세계에서 한국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나라는 몽골이 유일하다.
많은 한국인은 물론 몽골인마저 ‘솔롱고(Солонго)=무지개’라는 등식을 동원한다. 한국이 색동저고리를 즐겨 입었기에 무지개를 뜻하는 ‘솔롱고’에 ‘사람들’이라는 뜻을 지닌 복수 접미사 ‘-에스(-с)’가 합쳐져 무지개의 나라, 즉 ‘솔롱고스’라 불리게 됐다고 믿고 있다. 몽골인도 대부분 이런 이론을 동원한다. 이러한 믿음은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주기도 하지만, 역사적 근거가 약하다는 비판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강준영 단국대학교 부설 몽골연구소 연구교수는 2023년 발표한 논문 ‘몽골의 한국(솔롱고스) 호칭 유래 고찰’에서 무지개 이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해당 이론이 역사적 문헌이나 기록에 기반하지 않는 만큼 역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보다 확실한 역사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 교수는 몽골문 문헌과 비몽골문 문헌을 통해 ‘솔롱고스’라는 호칭의 유래를 분석한다. 그는 몽골비사, 황금사강, 몽골원류 등 몽골어로 된 문헌과 페르시아어로 몽골의 역사를 기록한 세계정복자사, 집사, 원사 등 비몽골문 문헌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솔롱고스 계열의 어휘가 고려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 시점과 그 배경을 추적한다.
연구에 따르면 솔롱고스 계열의 어휘는 원래 칭기스칸 시기 초에는 몽골 내의 메르키드 부족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메르키드는 칭기스칸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부족으로, 이들의 문화와 전통은 몽골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후 후요(後遼)의 잔당 세력과 그들이 웅거하던 지역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며 개념이 점점 팽창했고, 다시 고려를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됐다. 이는 중국의 영토가 팽창하며 동이(東夷)의 개념이 팽창했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명나라에 의해 몽골고원으로 돌아간 뒤 솔롱고스 등이 지칭하는 범주가 몽골 내의 부족으로 축소됐다가,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팽창해 조선을 가리키게 됐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강 교수는 분석한다.
강 교수는 솔롱고스 계열의 어휘는 몽골의 왼편에 있던 적대세력을 지칭하는 용어라면서 알타이어족에서 ‘왼쪽’의 의미가 있는 ‘솔-(sol-)’ 어근에서 파생한 어휘에 복수 접미사가 더해진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는 동이(東夷)와 마찬가지로 ‘동쪽의 적대세력’을 지칭하던 비칭(卑稱)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강 연구교수는 칭기스칸 시기 대몽골국으로 귀화한 거란인과 여진인들이 당시의 고려를 어떻게 불렀는지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거란 대자(大字)와 소자(小字)에서 고려(혹은 신라)를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Sulur’ 혹은 ‘Sulwur’와 금대 여진어의 ‘Sogor’ 등의 어휘와 ‘솔랑고스’ 계열의 어휘와의 연관 관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언제부터 몽골에서 한국을 ‘무지개의 나라’라는 의미로서 솔롱고스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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