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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과 세상을 연결하는 ‘통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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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땅 ‘남극’은 흔히 ‘미지의 대륙’이라 불린다. 인류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끝’ 남극에서 지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남극세종과학기지의 월동연구대와 하계연구대가 그들이다. 거대한 빙하, 바다를 떠도는 유빙,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블리자드(눈보라). 어떤 위험에도 그들은 남극을 지킨다. 우리는 이들을 ‘국가대표 극지인’라 부르기로 했다. 시사위크 남극특별취재팀이 남극세종과학기지를 찾아 그들을 만나봤다. [남극특별취재팀=김두완 기자, 박설민 기자]

2024년 12월 14일 극지연구소 정보전산실 박헌준 선임기술원은 남극세종과학기지에 통신장비 점검 차 일주일간 파견을 왔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2024년 12월 14일 극지연구소 정보전산실 박헌준 선임기술원은 남극세종과학기지에 통신장비 점검 차 일주일간 파견을 왔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시사위크|남극=남극특별취재팀  우리는 어디서든 연락이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 ‘통신’이란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남극세종과학기지(이하 ‘세종기지)도 이 결과물의 수혜자다. 세종기지도 인터넷이 된다. 한국만큼 빠르진 않지만 인터넷 스트리밍, SNS 등 외부와 소통이 가능하다.

남극에서 외부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없지만 통신으로 연결된 세상은 업무의 효율을 높인다. 따라서 세종기지의 통신 환경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극지연구소에서는 매년 정보전산실 담당자를 직접 파견해 세심한 체크를 한다. 세종기지 현장에서 만난 극지연구소의 박헌준 선임기술원에게 남극의 통신 이야기를 들어봤다.

◇ 남극 인터넷… KT부터 스타링크까지

“지금 세종기지 인터넷은 예전과 비교하면 초고속 인터넷 수준이다. 국내에 비하면 답답한 속도지만 이젠 실시간 메신저 채팅이나 화상 통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세종기지에 통신장비 점검 차 파견 온 박헌준 극지연구소 정보전산실 선임기술원(이하 ‘선임’)은 인터넷 공유기를 점검하며 핸드폰과 노트북의 업데이트 기능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지 내에서는 한정된 인터넷 속도를 배분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만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헌준 극지연구소 정보전산실 선임기술원은 인터넷 공유기를 점검하며 핸드폰과 노트북의 업데이트 기능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지 내에서는 한정된 인터넷 속도를 배분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만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박헌준 극지연구소 정보전산실 선임기술원은 인터넷 공유기를 점검하며 핸드폰과 노트북의 업데이트 기능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지 내에서는 한정된 인터넷 속도를 배분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만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세종기지에 인터넷이 처음 들어온 건 2010년 1월이다. 이동통신사 KT는 2009년 극지연구소와 ‘글로벌 위성이동통신 솔루션 제공 협약’을 체결하면서 세종기지와 인천 송도 극지연구소 본원 사이에 전용망인 위성통신을 구축했다.

해당 인터넷망은 극지연구소 본원에서 미국 리버사이드 지구국까지는 해저광케이블로 연결한 다음, 리버사이드 지구국에서 세종기지까지 위성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치됐다.

세종기지의 전용망이 구축되기 이전에는 칠레 텔멕스(Telmax)사의 위성공중인터넷망을 사용했다. 하지만 △해외 지구국 △해외 케이블 △공중망 등의 혼합접속으로 속도가 보장되지 않아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KT 솔루션’ 도입 이후 세종기지의 인터넷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기존 칠레 텔멕스사를 이용할 때는 속도가 256kbps 수준이었으나 변경 후에는 1~2Mbps 수준의 속도를 보였다. 약 10배 가까이 빨라진 셈이다. 최근엔 KT가 신형 LTE 펨토셀(초소형저전력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를 개발하면서 인터넷 속도는 더욱 빨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빠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지 대원과 연구자들에게는 이 느린 인터넷 속도도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다. 연구기관에 연구자료를 전송할 수 있고, 지인이나 가족 등과 연락해 남극 생활의 고독감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는 ‘KT 솔루션’과 ‘스타링크’를 병행해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왼쪽 위 사진은 '위성레이돔' 통신장비며, 오른쪽 위 사진은 위성 전화기다. 아래쪽 사진은 스타링크 공유기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는 ‘KT 솔루션’과 ‘스타링크’를 병행해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왼쪽 위 사진은 ‘위성레이돔’ 통신장비며, 오른쪽 위 사진은 위성 전화기다. 아래쪽 사진은 스타링크 공유기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박헌준 선임은 “과거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에서 근무하던 분들은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 이메일 하나를 보내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며 “하지만 KT인터넷 도입 이후엔 그래도 답답함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세종기지는 2024년부터 ‘스타링크(Starlink)’ 서비스도 시범 운영중에 있는데 ‘KT 솔루션’과 병행해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제한된 인터넷 사용량을 분산시켜 극지 연구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측면이다. 극지연구소 측에 따르면 현재 스타링크 서비스는 시범 운영 중으로, 향후 테스트 등을 거쳐 공식 사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 철저한 보안 관리… 세종기지 해킹 횟수 ‘0’

인터넷이 빨라졌다는 것은 그만큼 외부와의 소통이 활발해졌다는 뜻이다. 이는 곧 ‘인터넷 보안’ 문제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남극 세종기지가 기업이나 국가기관처럼 해킹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진 않다. 그러나 국가 주요 연구 결과 데이터가 기지 내 서버에 존재하는 만큼 철저한 관리는 필수다.

박헌준 선임이 세종기지에 오게 된 것도 인터넷 보안 강화 때문이다. 현재 세종기지 내부 인터넷망의 방화벽은 노후한 상태다. 이에 국가정보원(NIS) 및 해양수산부에선 극지연구소에 세종기지 방화벽 장비 노후 점검을 요청했고 박헌준 선임이 파견와 이 업무를 담당한 것이다.

박헌준 선임이 세종기지에 파견 온 이유는 인터넷 보안 강화 때문이다. 현재 세종기지 내부 인터넷망의 방화벽은 노후한 상태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박헌준 선임이 세종기지에 파견 온 이유는 인터넷 보안 강화 때문이다. 현재 세종기지 내부 인터넷망의 방화벽은 노후한 상태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방화벽 장비는 기지 인터넷의 ‘최전방’과 같다. 랜섬웨어, 기타 PTP(컴퓨터 네트워크 프로토콜)를 통한 다양한 바이러스 침투를 1차적으로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 2차적으로 백신프로그램, 컴퓨터 및 스마트폰 자체 방화벽 소프트웨어가 악성코드와 바이러스를 막는다.

이때 방화벽 장비의 교체 시기는 정확한 기준은 없다. 업체 권장 기준은 보통 10~20년 정도다. 대신 시스템에 대한 ‘판매종료(EOL, End Of Life)’ 시점이 존재한다. 제품 판매종료 시점이 완료되면 제품 수리를 위한 부품도 구할 수 없다. 때문에 극지연구소에서는 기지 내 방화벽 장비 EOL을 대비하기 위해 사전 준비와 솔루션 업그레이드 및 소프트웨어 패치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박헌준 선임은 “이런 EOL 대비 작업은 중요하다. 남극에서는 인터넷 상황과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극지연구소에서는 장비 수리보다는 최대한 잘 사용하고 기한이 도래하면 교체가 현실적으로 빠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이런 방법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박헌준 선임기술원이 세종기지 나비봉에 설치된 모토로라 무전 안테나를 확인하는 모습니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사진은 박헌준 선임기술원이 세종기지 나비봉에 설치된 모토로라 무전 안테나를 확인하는 모습니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이 같은 정기적 관리로 현재까지 우리나라 남극기지는 해킹 사례가 없다는 것이 박헌준 선임의 말이다. 극지연구소와 해양수산부 사이버안전센터에서는 기지 내 패키지와 IP 등이 정상 운영되는지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다. 또한 보안 문제에 대해선 국가정보원 역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헌준 선임은 “만약 해킹, 바이러스, 악성코드 감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극지연구소와 기지로 연락이 전달되도록 체계가 구축돼 있다”며 “연락을 받으면 극지연구소에서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와 단절된 남극은 그 어느 곳보다 안정적인 인터넷과 통신이 중요하다”며 “이를 사용하는 월동연구대와 하계연구대 연구자분들을 위해 통신기기 및 방화벽 점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박설민 기자, 김두완 기자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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