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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당신이 다시 위대해지길 바랍니다.”
메이저리그 현역투수 통산 최다 262승을 자랑하는 저스틴 벌랜더(42,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올 시즌 이정후(27)와 한솥밥을 먹는다. 1년 15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사이영상 통산 3회 수상자의 벌랜더가 전성기보다 구위가 다소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90마일대 초~중반의 스피드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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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최고의 레전드이자 사장 버스터 포지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디 어슬래틱을 통해 벌랜더에게 “당신을 멘토로 데려온 게 아닙니다. 당신이 다시 위대해지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나이, 명성이 아닌, 실력을 보고 계약했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준비해달라는 주문이다.
2020년 9월 토미 존 수술을 하고 2021년을 통째로 쉬었다. 그리고 39세 시즌에 복귀해 3년간 뛰었다. 수술 당시만 해도 은퇴설이 돌았지만, 벌랜더는 이제 40대 중반으로 향한다. 물론 야구열정은 전혀 식지 않았다.
그는 “45세까지 던지고 싶다. 45는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놀란 라이언의 등번호이기도 하다. 벌랜더는 “그는 46살까지 던졌다. 특별한 목표는 아니지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느꼈다”라고 했다.
벌랜더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만 해도 나이를 먹으면 90마일대 중반만 던져도 충분하다고 했다. 43세까지 뛴 케니 로저스와 했던 얘기라는 게 디 어슬래틱의 설명. 그러나 막상 43세(국내나이로)가 되니 그는 웃으며 “메이저리그 평균구속이 94마일까지 올라갈 줄 몰랐다”라고 했다.
벌랜더는 10~15년 전만 해도 나이를 먹고 90마일대 중반을 던지기만 하면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이젠 아니다. 메이저리그 구속혁명이 모든 걸 바꿨다. 벌랜더는 스피드를 유지하면서도 구종가치, 커맨드 등 모든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스피드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은 중요하다.
포지는 “그가 마운드에서 훌륭해진다면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멘토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멘토를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멘토가 되는 레전드가 벌랜더다. 벌랜더는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내가 여전히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묻는다”라고 했다. 멘토지만 나이를 잊은 야구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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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랜더는 “난 5살 때부터 야구를 했다. 지금 마라톤을 달리는 중이다.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지금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누구도 그에게 나이를 언급하지 않는다. 이정후가 이런 선수와 함께 뛰어보는 것도 큰 행운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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