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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가 정의 내린 올해의 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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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호령할 팬츠는 이미 정해졌다. 이제 겨우 2월이지만 말이다. 지난 몇 주간 알고리즘을 성실히 유영한 자라면 단번에 정답을 맞출 수 있을 테다. 바로 켄드릭 라마가 제59회 NFL 결승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입고 나타난 플레어 진이다.

제59회 NFL 결승전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장식한 켄드릭 라마.
제59회 NFL 결승전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장식한 켄드릭 라마.

제59회 NFL 결승전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장식한 켄드릭 라마.

하프타임 쇼는 매년 약 1억 명이 지켜보는 전 세계 최대의 광고판이다. 켄드릭 라마는 이 거대한 무대에 마틴 로즈의 커스텀 재킷에 셀린느의 플레어 진을 입고 뉴에라 스냅백을 눌러쓴 채 등장했다. 이윽고 그는 제67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5관왕을 차지하기도 한 곡 ‘Not Like Us’와 함께 리드미컬한 스텝을 내디디며 무대 앞으로 전진했다.

그 순간은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리키는 이정표나 다름없었다. 길었던 와이드 팬츠의 터널을 지나 1970년대의 화려한 디스코 문화를 상징하는 플레어 진의 재림을 알리는 순간이었으니까. 실제로 슈퍼볼 종료 48시간 만에 플레어 진과 관련된 구글 검색 횟수는 5000% 급증하며 ‘켄드릭 라마 효과’를 제대로 입증했다. 인스타그램 속 모두가 그의 스텝을 따라 밟고 있는 지금, 켄드릭 라마의 플레어 진은 어떻게 아이콘이 됐을까?

2005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The Young Hot Hollywood Style Awards에 트루릴리젼 조이 데님 진을 입고 등장한 제시카 알바.
2005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The Young Hot Hollywood Style Awards에 트루릴리젼 조이 데님 진을 입고 등장한 제시카 알바.

2005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The Young Hot Hollywood Style Awards에 트루릴리젼 조이 데님 진을 입고 등장한 제시카 알바.

플레어 진에 얽힌 나의 첫 번째 기억은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웬만큼 ‘멋진 언니’로 군림하던 여자들의 사복에서 빠지지 않던 아이템이 있었으니, 바로 트루릴리젼의 데님 진이었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독한 로우라이즈였던 탓에 속옷이 훤히 보이는 건 물론이거니와, 골반부터 허벅지까지 빈틈없이 달라붙어 한치의 군살도 허용되지 않던 극악무도한 팬츠였다.

평균적인 동양인의 체형으론 도무지 소화할 방도가 없어 보이던 이 플레어 진의 백미는 따로 있었다. 종아리부터 유려한 선을 그리며 퍼져나가다가 바닥에 닿기 직전, 스니커 위로 아슬아슬하게 착지한 밑단은 그 어떤 바지보다도 성숙한 매력을 뿜어냈다. 게다가 빈티지한 웨스턴 무드의 화이트 스티치와 백 포켓, 시그너처 말발굽 자수로 완성된 뒤태는 잘 빚은 공예품에 가까웠다. 모두가 스키니진에 힘겹게 두 다리를 끼워 넣을 때, 완벽한 S자를 뽐내며 나팔 같은 밑단을 휘날리던 이름 모를 언니의 고고함이란!

이때 신발은 마지막 0.5점을 가리는 치열한 매치포인트였다. 푸마×미하라 야스히로 MY-16이라든지 오니츠카타이거 멕시코 66처럼 버선에 가까울 정도로 슬림하고 굽이 낮은 스니커일수록 플레어 진의 섹시한 매력은 극대화됐다. 반대로 나이키 에어포스 1나 웨지 힐처럼 뭉툭한 실루엣을 선택하는 경우는 하수거나 갸루였다.

1974년 제27회 칸 영화제에 참석한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
1974년 제27회 칸 영화제에 참석한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

1974년 제27회 칸 영화제에 참석한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

플레어 팬츠, 부츠 컷, 벨보텀, 나팔바지 등 다채롭게 명명되던 이 팬츠에 어린 날의 나는 ‘관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신체의 곡선을 부드럽게 타고 내려가다가 크레셴도처럼 점점 퍼지는 밑단은 나팔바지라는 별명답게 잘 빠진 금관악기를 연상케 했으니 말이다. 코리안 디바 이효리부터 할리우드 디바 제시카 알바, 프렌치 시크 제인 버킨까지, 어린 내게 플레어 팬츠는 ‘쿨한 여자’와 동의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꽤 나이를 먹은 지금, 나는 키 165cm 남짓의 다부진 체격을 지닌 미국의 남성 래퍼와 쿨한 여자의 어색한 조우를 목도했다. 마치 10년 만에 중학교 동창을 마주했을 때처럼 찰나의 버퍼링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켄드릭 라마는 나름대로 신선한 핏을 자랑했다. 비록 부드러운 곡선 대신 단단한 골격이, 날렵한 슈즈 대신 큼직한 나이키 에어 DT 맥스 96이 자리했지만 말이다.

197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연을 펼치던 데이비드 보위.
197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연을 펼치던 데이비드 보위.

197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연을 펼치던 데이비드 보위.

루이 비통 2025 S/S 남성복 컬렉션 쇼를 마친 퍼렐 윌리엄스.
루이 비통 2025 S/S 남성복 컬렉션 쇼를 마친 퍼렐 윌리엄스.

루이 비통 2025 S/S 남성복 컬렉션 쇼를 마친 퍼렐 윌리엄스.

사실 플레어 팬츠가 여성의 전유물은 아니다. 오히려 그 원형은 19세기 초, 미 해군의 통 넓은 바지에 뿌리를 두고 있다. 표준화된 제복이 부재했던 당시, 패션보다는 활동성에 초점을 맞춘 벨보텀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 잡게 된다. 디스코 파티의 고고 댄서들에게 사랑받던 이 연극적인 팬츠는 1970년대 데이비드 보위, 지미 헨드릭스, 세르주 갱스부르와 함께 전성기를 누리다 펑크 록이 부상하며 서서히 수명을 다한다.

이후 1990년대 부츠컷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던 플레어 팬츠는 스키니 진과 와이드 팬츠의 장기집권으로 또 한 번 추억의 아이템으로 스러지고 만다. 그러다 약 3년 전부터 웨스턴 룩, 보호 시크가 다시 궤도에 오르면서 플레어 팬츠는 지드래곤, 퍼렐 윌리엄스를 비롯한 21세기의 아이콘 사이에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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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유행의 회전목마에서 흥망성쇠를 거듭해 온 플레어 팬츠는 엄밀히 따지자면 그리 새롭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프타임 쇼가 막을 내린 지 2주가 다 되어 가는 지금,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그의 플레어 팬츠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켄드릭 라마는 뻔한 새깅 스타일을 답습할 정도로 게으르지 않았다. 으레 래퍼 하면 떠오르는 다크한 스트리트 무드 대신, 그는 관능과 디스코의 상징을 선택했다. 셀린느의 우아한 여성용 플레어 진을 걸친 채 드레이크를 향해 신랄한 디스 랩을 내리꽂는 그의 모습은 가히 전위적인 현대 미술을 방불케 했다.

물론 그의 유능한 스타일리스트 테일러 맥닐의 공이 크다곤 하지만, 밥상을 맛있게 차리는 일과 그것을 꼭꼭 씹어 잘 소화해 내는 일은 엄연히 별개다. 스타일링에 있어 셀러브리티의 입김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는 알 만한 이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게다가 제이홉, 양동근을 비롯해 전 세계의 남성들이 아내의 잠들어있던 플레어 진을 주섬주섬 꺼내입은 채 새침한 스텝을 뽐내는 지금, 켄드릭이 쏘아 올린 플레어 진의 새로운 챕터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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