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개편에 이어 근로소득세 개편을 추진한다. 소득세 구간별 과세표준을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높이는 게 골자다. 개인 상속세 완화를 예고한 지 나흘 만이다.
금융투자소득·가상자산소득 과세를 폐지 및 유예한 우클릭의 연장선이다. ‘조세정의’라는 민주당 기조와 배치된다. 지난 대선 때 0.7%p(포인트) 차로 패배한 이 대표로서는 ‘감세’를 중도층 견인 전략으로 보고 있다.

◇李 “초부자 감세하는데… 월급쟁이는 증세”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9일 SBS 라디오에서 “월급쟁이 세금은 ‘봉’같이 꼬박꼬박 원천징수 되는 반면, 기업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에 따라 막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주고 국가적 지원까지 한다”면서 당 차원의 근로소득세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세부담에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며 당 비상설특별위원회인 월급방위대(이하 월방위)를 중심으로 개편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진 의장의 발언은 앞서 이 대표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소득세 체계를 문제 삼은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는데도 누진세에 따라 세금은 계속 늘어난다”면서 “초부자들은 감세 해주면서 월급쟁이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세를 해 온 것인데, 고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당 차원의 토론회도 준비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이자 월방위 간사인 임광현 의원 주도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이르면 이달 말 열린다. 내주 열리는 월방위 안건으로도 올랐다. 연동제를 어느 층위까지 적용할지 등 구체적 사안을 추가 논의키로 했다. 고소득자에 대한 혜택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신성 불가침 의제 아냐”… 다음 타깃은 종부세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서울에서 패배한 것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결과로 보고 있다. 당시 서울 25개 구(區) 중 마포·영등포·동작·성동·광진·강동 등 14개 구에서 졌다. ‘한강 벨트’가 대거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곳이다. 이 대표가 지난 15일 ‘상속세 개편’을 꺼내면서 ‘수도권 대다수 중산층’을 수혜자로 꼽은 이유다.
이런 차원에서 이 대표의 다음 카드는 ‘종부세 완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 징벌적 성격의 부유세 개념으로 도입됐다. 진보 진영의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박찬대(인천 연수갑) 원내대표, 박성준(중·성동을)·고민정(광진을) 의원 등이 ‘종부세 완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정파를 떠나 세금 이슈에 민감한 지역들이다. 이 대표도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토론에서 “종부세와 금투세는 신성불가침 의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부세 납부유예 신청 대상을 확대하는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임광현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종부세 납부유예제도는 ▲1세대 1주택자로서 60세 이상 또는 ▲5년 이상 해당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100만원을 초과하는 주택분 종부세액에 적용된다. 개정안은 ‘경기 침체 장기화’와 ‘세 부담 증가’를 이유로 유예 신청 대상에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를 포함했다.
기재위 소속 의원은 “이번 종부세법 통과는 민주당이 집권해도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지 않을 거란 일종의 시그널”이라고 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도 “이 대표가 실용주의 노선을 천명한 만큼 상속세, 소득세에 이어 종부세 이슈를 조만간 제시할 것”이라며 “이재명이 대통령 돼도 서울 부동산이 폭등하지 않을 거란 믿음을 줘야 이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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