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조급할 순 있겠지만…”
2024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노크한 김혜성은 데드라인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LA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17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꿈에 그리던 빅리그 입성의 꿈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김혜성의 앞날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험난할 수 있다. 다저스는 그만큼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김혜성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어떻게든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김혜성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전까지는 취재진과 선수들이 자유롭게 만나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 오픈 시간(오후 12시 30분~1시 30분)에도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오전에 단체 훈련이 끝난 뒤 실내에서 개인 훈련에 열중한 까닭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퇴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혜성이 끝없이 훈련을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폼을 수정 중인 까닭이다. KBO리그에서만 8시즌 동안 953경기에 출전해 무려 1043개의 안타를 터뜨리는 등 타율 0.304를 기록한 김혜성. 이 모습을 보고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했을 터. 그런데 갑작스럽게 타격폼을 수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8일 다저스에 입단한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의 시간을 가진 김혜성에 따르면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부터 타격폼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김혜성은 그동안 홀로 타격폼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는데, 다저스에서는 선수의 타격폼을 촬영, 분석해 문제점을 고치는 시스템에서도 같은 보완점이 발견됐고, 이에 김혜성은 구단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지난 17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혜성은 “상체와 하체를 모두 바꾸고 있다. 다저스에서 분석을 해주셔서 모든 것을 바꾸는 중”이라며 “타격폼을 아직 바꾸고 있는 단계라, 많이 불편하고 어색하다. 이 부분을 연습을 통해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의 폼에 문제가 있으니, 보완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좋은 스윙을 갖기 위한 교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18일 더욱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수정할 부분이 많다.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 문을 연 김혜성은 “다저스에서 내 타격폼을 촬영하고 분석해 주는 시스템이 있더라. 그걸 본 뒤 코치님들과 대화를 나눈 후 많이 수정을 하고 있다. 지금 전부 다 바꾸고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확률 스포츠이다 보니, 스윙 결을 비롯해서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스윙으로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최대한 공을 맞힐 수 있는 면적을 넓히는 셈이다.
김혜성은 “빠른 볼을 치기 위해서 면을 만든다기 보다는 야구공이 앞에서 날아오는데, 최대한 많은 안타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매년 타격폼을 바꿨지만, 이렇게 크게 바꾸게 된 것은 4년 만인 것 같다. 다저스에서 타격폼이 바뀔 거라는 생각은 했다. 나도 내 문제점을 알고 있었고, 다저스는 워낙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점을 해결해주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딱 맞았다”고 덧붙였다.
프로에서만 8년 동안 유지해왔던 폼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자신을 제외하더라도 2루수를 맡을 자원이 많은 상황에서 타격폼 개조는 그야말로 ‘도박’이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26인 개막 로스터에 들기에는 준비할 것도 많은데, 타격폼 수정이라는 과제까지 떠안게 된 까닭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독, 코칭스태프의 말을 들어보면 김혜성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수비는 매우 매끄럽고, 공격적으로는 빠른 스피드를 통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혜성이 빅리그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많은 경기에 출전하게 할 것이지만, 그는 이미 빠르게 공부하고 있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애런 베이츠 타격코치도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 지난 며칠 동안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정을 해왔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며 “때로는 조정을 하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김혜성은 훈련 내내 훌륭했다. 그런 면에서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부분에 대해 ‘3억 6500만 달러(약 5270억원)’ MVP 무키 베츠도 힘을 보태고 있다. 틈이 날 때면 시간이 날 때면 타격에 대한 조언을 쏟아내고 있고, 김혜성에게 “‘아무래도 지금은 연습기간이다. 연습이고,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앞으로 시범경기를 할 때도 너무 안타가 안 나온다고 해서, 지금 수정하고 있는 부분을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결과보다는 수정하고 있는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네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멘탈 케어까지 돕는 중이다.
이에 김혜성은 “야구는 결과를 내야 하는 스포츠다. 조급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수정을 하면서 결과를 내야 한다. 수정을 안 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보다, 수정을 하고 아쉬운 결과가 나오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오늘(18일) 라이브배팅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스윙과 폼에 집중했는데 느낌은 괜찮았다. 생각한 대로 된 것 같아서 완전 만족까진 아니지만 괜찮은 것 같다. 무조건 개막전 엔트리에 들 수 있게끔 시범경기 열심히 해서 기대해 주시는 팬분들 응원에 실망 안겨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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