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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극지인⑤] “지구는 간빙기 시대… 일반적 사이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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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땅 ‘남극’은 흔히 ‘미지의 대륙’이라 불린다. 인류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끝’ 남극에서 지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남극세종과학기지의 월동연구대와 하계연구대가 그들이다. 거대한 빙하, 바다를 떠도는 유빙,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블리자드(눈보라). 어떤 위험에도 그들은 남극을 지킨다. 우리는 이들을 ‘국가대표 극지인’라 부르기로 했다. 시사위크 남극특별취재팀이 남극세종과학기지를 찾아 그들을 만나봤다. [남극특별취재팀=김두완 기자, 박설민 기자]

고용수 대원은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섬 바톤반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질‧지구물리 분야 연구를 담당한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고용수 대원은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섬 바톤반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질‧지구물리 분야 연구를 담당한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시사위크|남극=남극특별취재팀  현재 지구는 ‘간빙기(間氷期)’다. 전반적으로 따듯한 시기다. 45억년 지구 역사에서 ‘빙하기’와 ‘간빙기’는 늘 반복돼 온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 사이클에서 벗어나고 있다. 어떤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서 간빙기 진행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선 지속적인 지질·지구과학적 관점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 매년 남극세종과학기지(이하 ‘세종기지)’에 ‘지질‧지구물리’ 대원이 파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극연구의 기본목표는 남극 자연환경 보전 및 부존자원 조사다. 특히 부존지하자원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지질 및 지구물리 분야 연구가 필수다.

올해 세종기지 월동연구대에서 ‘지질‧지구물리’ 연구는 고용수 대원이 담당하고 있다.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섬 바톤반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질‧지구물리 분야 연구에 대해 고용수 대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해발 200미터 둥근 돌… 산 정상도 ‘바다’였다

“날카롭게 깨진 돌이 바다에 잠겨 파도를 만나면 둥글고 매끄러워진다. 파도를 만나 침식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해발 200미터에서 둥근 돌을 발견됐다는 건 과거에 바다였다는 증거다.”

지질학도인 고용수 대원은 세종기지 외부를 다닐 때면 항상 주변에 놓인 돌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지질학도인 고용수 대원은 세종기지 외부를 다닐 때면 항상 주변에 놓인 돌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남극은 지구 지질환경이 잘 보전된 지역이다.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을뿐 아니라 현재도 지질 활동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과거 분석연구를 통한 미래 지질 활동 예측도 가능하다. 따라서 세종기지는 1988년 설립 당시부터 지질‧지구물리 분야 연구를 꾸준히 수행했다.

올해 세종기지 지질‧지구물리 분야는 고용수 대원이 맡았다. 고용수 대원은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고(古)기후(paleoclimate)를 연구한 지질학도다. 전공자답게 세종기지 외부를 다닐 때면 항상 바닥에 돌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고용수 대원의 주 업무는 남극 주변 지역(킹조지섬)의 여러 지구물리학적 요소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특히 △지진 △GPS(GNSS) △조위(해수면 높이) △전기비저항탐사 등 4가지 분야의 데이터 수집을 담당한다.

지진 데이터는 세종기지 주변 산 중턱에 설치한 지진계에서 측정한다. 고용수 대원은 매일 지진계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며 데이터를 확인한다. 이렇게 얻어진 지진 데이터는 남극 대륙은 물론 지구 전체에 걸친 지체구조를 밝히는데 기초 연구가 된다.

사진은 고용수 지질‧지구물리 대원이 세종기지 주변 지질 환경 조사를 실시하는 모습이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사진은 고용수 지질‧지구물리 대원이 세종기지 주변 지질 환경 조사를 실시하는 모습이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고용수 대원은 “세종기지가 위치한 남극 사우스셰틀랜드 군도는 일본 같은 호상열도와 유사한 지체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지진이랑 화산 활동이 발생하는 구조로, 화산은 폭발한 적이 없지만 지진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고용수 대원이 확인하는 조위계는 조위(해수면 높이)를 비롯해 수온, 염분, 해면기압 데이터를 구할 수 있어 여러 기초과학 연구에도 활용된다. 특히 GPS 데이터(현재 세종기지는 GNSS 사용)는 세종기지의 위도, 경도, 고도를 측정해 해빙이나 지진 등 영향이 발생했을 때 남극 대륙의 움직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데 활용된다.

◇ ‘남극’을 담는 세종기지의 포토그래퍼

지질‧지구물리 분야 장비를 관리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무만도 정신없는 하루의 연속이다. 하지만 고용수 대원은 쉴 틈이 없다. 세종기지의 ‘포토그래퍼’ 역할도 맡고 있어서다. 실제 ‘시사위크’ 남극특별취재팀이 세종기지를 방문해 취재를 진행할 때 항상 카메라를 두 개나 들고 나타나 함께 촬영하던 이가 고용수 대원이다.

2024년 12월 28일 세종기지 대원이 중국 장성기지 초청으로 방문하는 현장을 고용수 대원이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2024년 12월 28일 세종기지 대원이 중국 장성기지 초청으로 방문하는 현장을 고용수 대원이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남극 세종기지에 ‘월동업무’를 부여받고 기지를 수호하는 대원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 자체로 역사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남극 땅은 어느 한 국가의 소유권이 미치지 않는다. 1959년 ‘남극조약’이 체결된 이후 남극에서는 영유권 주장은 동결됐고, 군사행동, 자원 채굴 등도 금지됐다. 따라서 남극은 과학적 탐사만 허용된 곳이다.

과학 연구만이 가능한 남극 세종기지에서, 월동 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과학 발전을 위한 우리나라의 역사인 셈이다. 이 역사가 될 기록을 고용수 대원이 수행하고 있다. 고용수 대원은 “단지 취미일뿐”이라며 겸손해했지만, 구도를 잡고 사진기록을 만들어 내는 솜씨는 전문가 못지 않다.

그의 이런 기록은 세종기지 월동대가 자체 제작하는 ‘눈나라 얼음나라(웹진)’로 출판된다. 그리고 극지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세종기지를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모든 월동대원이 함께 만드는 웹진이지만 디자인을 총괄하는 고용수 대원의 노력이 가미되면 웹진의 빛이 더해지는 듯하다.

고용수 대원은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스쿠버다이빙을 접해 현재는 강사로 활동중이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고용수 대원은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스쿠버다이빙을 접해 현재는 강사로 활동중이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고용수 대원에게는 하나의 재능이 더 있다. 바로 ‘스쿠버다이빙’이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첫 스버다이빙을 접하면서 벌써 13년째 다이빙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취미라고 하기에는 전문적이다. 이미 7년차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활동 중이고 다이빙 횟수는 500회(산소통 1개를 사용하면 1회로 인정하며 평균 30~50분 사용)가 넘는다.

동해, 남해, 제주도, 울릉도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다이빙을 다녔다고 한다. 이제 그의 도전은 남극이다. 하지만 남극에서는 과학자가 연구 목적의 다이빙 말고는 허용되지 않아 불가능하다.

고용수 대원은 “남극에서 다이빙을 할 수 없어 아쉽지만 남극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지질‧지구물리 분야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남극에 지원했던 이유인 기후변화를 몸소 체감해 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 김두완 기자, 박설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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