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206]
‘피로회복 효과’ 천마,특유한 냄새잡는 기술 개발중

천마의 생리적 특징과 기능성
천마(Gastrodia elata)는 난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초본식물로, 독특한 생육 특성과 약리적 효능을 지녀 한방에서 귀한 소재로 여겨져 왔다. 천마는 광합성을 하지 않는 식물로, 뽕나무버섯과의 편리 공생을 통해 영양분을 얻기 때문에 재배가 매우 까다롭다. 최근에는 재배법과 종근(씨뿌리)의 개선 등을 통해 비교적 안정된 생산이 가능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천마는 대부분 전북 무주군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 해 생산량은 2023년 기준으로 496톤에 달한다.
천마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통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천마는 피로감, 식욕부진, 체력 약화 등 모든 허증을 다스리며, 어지럼증과 경련, 마비 등 풍증에 대한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본초강목에서도 천마가 풍증의 치료와 신경안정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천마는 신경보호 효과와 항염증, 혈행 개선 등에 효과가 있어 이와 관련된 인지능 개선, 치매,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됐다.
천마 특유의 냄새 제거 기술의 필요성
천마는 신경계 질환에 대한 기능성과 더불어 독특한 냄새를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독특한 냄새로 인해 우수한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천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섭취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천마의 냄새를 구성하는 성분으로는 크레졸(p-cresol), 아밀퓨란(2-amylfuran), 펜타날(penatanal), 헥사날(hexanal) 등 다양한 성분이 보고되었다. 천마의 냄새는 다양한 성분에 의한 복합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성분 가운데서도 크레졸은 독특한 천마 냄새의 가장 큰 원인 물질로 볼 수 있다. 크레졸은 페놀류 특유의 냄새를 갖기 때문에 퀴퀴하고 자극적인 냄새를 보인다. 주로 소독약이나 타는 냄새, 화학약품에서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관능적 특징을 갖는다. 특히 크레졸은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강한 자극취와 지속성을 보인다. 또한, 끓는 점이 높기 때문에 찌거나 건조하는 과정에서도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이는 천마 섭취의 큰 장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마 냄새를 개선하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다양한 연구가 꾸준히 수행돼 왔다. 냄새 저감을 위해 찌는 방법인 증숙부터 건조, 발효, 부재료 첨가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낮은 농도에서도 강한 자극취를 발생시키고 잔존성이 강한 크레졸 특성으로 인하여 일반적인 가공 방법으로는 천마의 냄새를 크게 개선하는 것이 어려웠다.

냄새 성분은 제거하고 몸에 좋은 성분은 그대로
식품에서 특정 성분을 제거한 가공기술은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적용돼 왔다. 대표적으로 커피에서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는 초임계이산화탄소추출방법을 통해 풍미의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카페인을 저감시켜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도 쉽게 커피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수기 필터는 수돗물에 존재하는 염소 성분을 흡착하여 음용할 때 느낄 수 있는 소독약 냄새를 제거한다. 이렇게 하면 물을 마실 때 불편함을 줄어든다. 이러한 기술들이 적용될 때는 몇 가지 조건이 따라붙는다. 우선 제거하려는 성분과 제거되지 않아야 할 성분의 특징이 달라 제거하는 과정에서 제거되지 않아야 할 성분이 손실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커피의 경우 제거하려는 성분은 카페인, 제거되지 않아야 할 성분은 풍미를 주는 성분이다. 아울러, 이러한 제거 기술은 식품에 사용 가능하고,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 않아야 한다.
천마의 특유취 성분인 크레졸과 기능성을 갖는 가스트로딘(gastrodin), 하이드록시벤질알코올(4-hydroxybenzyl alcohol)은 일부 유사한 화학구조를 갖지만 약간의 차이로 인하여 친수성 측면에서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인다. 크레졸은 소수성, 물에 잘 녹지 않는 특성을 보이고 기능 성분인 가스트로딘과 하이드록시벤질알코올은 물에 잘 녹는 친수성을 갖는다. 이에 연구진은 친수성 차이를 활용해 흡착제를 사용하면 천마에 존재하는 소수성 물질들의 선택적 제거가 가능할 것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천마의 냄새 제거 기술을 개발하였다. 천마는 주로 끓여서 추출하는 열수추출물(즙) 형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열수추출물을 사용하였고, 냄새 성분의 흡착을 위해서는 식품산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합성흡착제(styren-divinylbenzen copolymer; 스티렌-디비닐벤젠 공중합체)를 사용하였다. 천마 추출물을 합성흡착제에 통과시킨 결과, 당류 등 완전한 수용성 성분은 흡착되지 않고 대부분 통과되었고, 가스트로딘, 하이드록시벤질알코올 같은 기능성분과 크레졸은 흡착되어 배출되지 않았다. 흡착된 성분 중 기능 성분만을 회수하기 위하여 35% 이하의 에탄올 농도를 갖는 주정을 통과시킨 결과, 기능 성분은 99% 이상이 회수되었다. 크레졸은 50% 이상의 에탄올 농도에서 배출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기능 성분의 손실은 줄이면서 특유의 냄새가 저감된 천마 추출물(탈취 천마 추출물)을 제조할 수 있었다.
개발된 탈취 천마 추출물의 기능적 손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파킨슨병과 관련된 신경세포모델(MPP+로 독성이 유도된 SH-SY5Y 신경세포)을 대상으로 일반 천마 추출물과 신경세포 보호효과를 비교하였다. 탈취 천마 추출물의 경우 200μg/mL의 농도에서 독성이 유도된 신경세포의 생존율이 약 20%가 증가됐다. 이는 8%의 보호 효과를 나타낸 일반 천마 추출물 대비 우수한 결과이다. 신경세포 보호 효과가 천마의 모든 기능성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능성에서 탈취에 의한 기능성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천마 특유취 제거 기술, 소비 확대에 도움 기대
천마는 우수한 기능성을 갖는 소재이지만 특유의 냄새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섭취에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천마 탈취 기술은 천마의 특유취를 제거하여 섭취 편이성이 개선함으로써 신규 소비자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기술이 몸에 좋은 천마 소비 확산에 도움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
글=장귀영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 농업연구사
정리=더농부
▽클릭 한 번으로 식탁 위에서 농부들의 정성을 만나보세요!▽

▽더농부 구독하고 전국 먹거리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