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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억 세금 들어간 ‘전통시장 고객센터’… 손님엔 문 닫고 상인회가 차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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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새마을시장 고객지원센터. 주차 공간 뒤편에 있는 유리는 문이 아니라 창(窓)이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건물 왼편에 있는데, 하얀 종이에 ‘외부인 출입금지 CCTV 촬영 중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최정석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새마을시장 고객지원센터. 주차 공간 뒤편에 있는 유리는 문이 아니라 창(窓)이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건물 왼편에 있는데, 하얀 종이에 ‘외부인 출입금지 CCTV 촬영 중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최정석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새마을시장 인근 고객지원센터. 지상 3층 건물인 이 센터는 송파구가 예산 17억원을 들여 지난 2022년에 지었다.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 화장실과 쉼터를 마련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7일 조선비즈 기자가 이 곳을 방문했더니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건물 정면에 문처럼 보이는 유리는 열리지 않는 창(窓)이고, 차단봉으로 막혀 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건물 왼편에 있었지만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이 건물 1층엔 고객지원센터, 2층엔 고객쉼터와 상인회사무실, 3층엔 교육장과 회의실이 있다고 했는데 정작 고객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없었다. 화장실도 고객에 개방되지 않고 있었다. 건물 안에서는 송파구 직원이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받은 온누리상품권을 은행에 입금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시장에서 만난 최모(34)씨는 “고객지원센터라는 게 있다는 걸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서울 전통시장 58곳에 고객지원센터… 예산 844억원 들어가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등록된 전통시장 398개 중 작년 말 기준 58곳에 고객지원센터가 지어져 있다. 지금까지 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 58곳을 짓는 데 투입된 예산은 844억원이다.

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는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낡은 시설을 개선하고 고객 편의 시설을 마련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비는 통상 90%는 정부·지자체 예산으로, 10%는 상인회가 부담한다. 이 가운데 고객지원센터 건립 비용은 전액 예산으로 충당된다.

서울 내 58개 전통시장에 설치된 고객지원센터 중 가장 많이 돈이 들어간 곳은 서울 강동구 천호동 고분다리전통시장이다. 이곳에는 원래 2층짜리 주택과 상업시설이 있었는데, 강동구는 2015년 1000㎡ 면적의 이 땅을 매입하고 26면 규모의 공용 주차장을 만들었다. 한 켠에 지은 연면적 76㎡ 크기의 2층짜리 건물이 고객지원센터다. 이 시설을 만드는 데 총 65억원이 들어갔다.

서울 구로구 남구로시장 고객지원센터. /정두용 기자
서울 구로구 남구로시장 고객지원센터. /정두용 기자

◇고객은 모르는 고객지원센터화장실 개방도 안하고, 쉼터 운영도 안하고

서울시에 따르면 이렇게 지어진 고객지원센터는 소유권은 자치구에 있지만 운영은 전통시장 상인회에 위탁돼 있다.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나 휴식 공간으로 운영돼야 하는 곳들이다.

하지만 고객 편의를 도모한다는 애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진 고객지원센터가 상당수 있다고 한다. 고객들은 시설 중 공용화장실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쉼터나 다목적실이 만들어졌지만 운영이 중단된 곳도 있었다. 시장 상인들은 고객지원센터를 ‘상인회 건물’이나 ‘공용화장실이 있는 곳’ 정도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을 찾은 고객들도 그런 시설이 있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남구로시장에서는 2018년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주차장 부대 건물을 고객지원센터로 지정한 뒤 1년 만에 1억3000만원을 더 투입해 3층을 증축했다. 당시 구로구는 증축한 공간을 ‘주민들을 위한 편의 공간과 상인들을 위한 다목적실’로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상인회 회의실로 쓰이고 있었다. 1층 공용화장실을 제외하면 건물 전체를 상인회만 사용하는 셈이다.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목사랑시장 고객지원센터 1층 내부 모습. 시장 사업단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지만, 창고처럼 물건이 쌓인 채 문이 잠겨있었다. /김정은기자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목사랑시장 고객지원센터 1층 내부 모습. 시장 사업단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지만, 창고처럼 물건이 쌓인 채 문이 잠겨있었다. /김정은기자

남구로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문화 수업 등의 공간으로 3층을 가끔 활용하긴 하지만 주로 상인회가 회의할 때 쓴다”며 “주변 주민들이 이용하진 않는다”고 했다. 한 상인도 “건물 이름이 ‘고객지원센터’이긴 하지만 시장을 찾은 손님이 쓸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없다”고 했다. 남구로시장 인근에서 살고 있는 이모(32)씨도 “이익집단인 상인회를 위해 왜 이렇게 많은 세금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고객센터는 4개 층 규모다. 1층은 고객 편의시설, 2층은 상인회, 3층은 디지털전통시장 사업단, 4층은 공유주방이 입주해 있다. 상인회 측은 1층 고객편의시설에서는 ‘떡 축제’ 등 상인회 주최 행사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천시장을 오래 다닌 인근 주민 이모(83)씨는 “고객지원센터라는 게 있었나,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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