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 업계에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신약개발을 위해 바이오벤처와 손잡던 전통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협업으로 의료 현장 효율을 향상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에 참여할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대·중견기업과 공공기관이 희망 협업 과제를 제시하면, 이에 부합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신청하는 방식이다. 주요 병원과 바이오 기업이 수요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인공지능(AI) 자율제어 내시경 개발에 도전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이 2022년부터 자체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운영했는데, 이번에는 중기부 지원을 받아 협업 스타트업을 찾는다.
서울대병원은 AI 기반 내시경 자율제어 시스템으로 식도·십이지장 입구 자동진입과 중앙유지, 병변 고정 등 검사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소화기 내시경은 국내에서 연간 2000만건 시행할 정도로 보편화됐지만, 정확한 조작이 필요해 의료진 피로도가 과중된 탓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AI 기반 자율제어 솔루션은 의료진 학습 부담과 피로도를 줄여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도록 도울 수 있다”면서 “고도화된 AI 개발을 위해 협업 스타트업에게 내시경 자동화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와 의학 지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치매 표적 치료제 레켐비 개발사 한국에자이는 경도인지장애·초기 치매 선별 솔루션 보유 스타트업과 비밀유지계약(NDA)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고가인 약물 특성상 초기 치매 환자에겐 경제적 부담이 된다”면서 “조기 치매 발견은 물론 예방·관리를 아우르는 기술로 초고령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자이도 스타트업 협업에 적극적이다. 뇌 건강 측정 도구 ‘코그메이트’와 노인 인지 강화프로그램 ‘새미톡’ 등을 지원하고, 경기 판교종합사회복지관을 실증 장소로 활용한다.
임상시험위탁기관(CRO) 전문기업 바이오톡스텍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AI 기반 병리 분석 시스템을 구현한다. 신약개발 전임상단계에서 AI가 영상 판독과 병변 특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신약 후보물질 효능을 예측하는 과정을 수작업으로 수행했는데, 인적 오류 가능성과 더딘 속도가 발목을 잡았다. 바이오톡스텍은 고해상도 슬라이드 이미지와 메타데이터, 현미경 이미지 분석 장비는 물론 AI 모델 검증을 위한 전담 인력도 배치한다.
중기부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은 대기업에게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신사업 타진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전자부품 기업 LG이노텍은 지난해 광학 기반 비침습 연속혈당 모니터링(CGMS) 솔루션을 구상했고, 올해는 유한킴벌리가 기저귀·생리대·요실금 제품 등과 결합해 개인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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