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여야 잠룡들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그는 국민의힘이 유승민 전 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해볼 만한 구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서는 확정성이 전혀 없는 후보라며 만약 출마한다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조언을 구한다면 “출마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야권 원로인 유 전 총장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비호감도에서 엇비슷했는데 한 사람이 사라지면서 독보적인 비호감 정치인이 됐다”며 “비호감도를 낮추지 않으면 누구를 만나고 어떤 정책을 이야기해도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강경 행보가 여러모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신뢰를 회복하려면 좀 더 포용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 전 총장은 보수진영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후보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후보가 된다면 다른 후보들보다 확장성이 크기에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 전 의원이 후보가 되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치적 잠재력을 인정했다.
반면 김문수 장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김 장관과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며 “그때도 노동운동을 하면서 과격한 주장을 해 골치라는 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김 장관이 한때 노동운동권의 신화였지만 이후 보수로 전향하며 극우 성향을 띠게 된 점에 대해선 “과거 운동권 출신들이 극단적인 반대 진영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김 장관도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11일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국무위원들에게 모두 일어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한 일을 언급하며 “김 장관은 그때 안 일어났다고 해서 뜬 것 아니냐, 그게 뜰 일이냐”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이 인용돼 대선 국면으로 가면 김 장관은 경쟁력이 없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전 총장은 한동훈 전 대표와 관련해 흥미로운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지난달 초 한동훈 전 대표, 정치평론가와 함께 셋이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며 “그 자리에서 대선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진로를 자문했다면 출마를 말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전 대표가 과거 계엄군 체포 명단에 포함됐기에 겨우 대선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지만, 그마저 없었다면 후보로 거론될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보수층 내에서도 거부감이 상당한 만큼 이번 대선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유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윤 대통령 측이 최근 여론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했던 방식과 유사하게 비법률적인 방법으로 명예를 회복하려는 듯하다”며 “어차피 재판 결과는 뻔하기에 여론전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며 “국민들이 탄핵 찬성이 75% 정도였는데 점점 줄어드는 건 이재명과 민주당에 정권을 넘기는 것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런 흐름을 보고 광장에서 한번 뒤집어 보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전 총장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진행자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수도 있냐”고 묻자 유 전 총장은 “만장일치로 탄핵할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재판관들이 비상계엄 선포 등을 뻔히 다 봤는데 자기 후손들을 이완용 후손으로 만들려고 하겠냐”며 “그럴 재판관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탄핵을 기각하는 재판관이 있다면 이완용과 같은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국회 독재’를 들면서 “기조연설을 하러 국회에 갔는데 박수 한 번 안 치더라”고 말한 것에 대해 “노무현 정부 때 정무수석을 하면서 보수진영이 처음부터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봤다”라면서 “진보 진영 대통령일 때 보수당 의원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돌이켜보라”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설득력이 부족하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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