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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예술과 권력, 신념의 충돌을 담아낸 걸작 ‘브루탈리스트’

투데이신문 조회수  

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건축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건축가의 철학과 시대의 가치관이 얽혀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듯, 한 인간의 삶 역시 그가 설계한 신념과 타협의 산물이다.

12일 개봉한 브래디 코베 감독의 신작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는 예술과 권력, 신념과 현실의 충돌을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풀어낸 21세기 걸작이다. 215분이라는 압도적인 러닝타임과 중간의 인터미션을 통해, 우리는 한 건축가가 자신의 이상을 쌓아 올리고, 또 무너뜨리는 과정을 숨죽이며 지켜보게 된다.

이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현실과 타협하는가? 아니면 끝까지 신념을 지킬 것인가?”

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주인공 라즐로 토트(에이드리언 브로디 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부인과 조카를 남겨둔 채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계 헝가리 출신 건축가다.

그의 삶은 한 편의 거대한 건축물처럼 전개된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그가 꿈꾸는 건축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을 새기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민자의 삶은 녹록지 않다. 그는 부유한 기업가 밴 뷰런(가이 피어스 분)의 눈에 띄어, 그의 어머니를 기리는 문화센터를 설계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라즐로에게 건축가로서 재기할 기회였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권력과 예술이 공존하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밴 뷰런은 처음에는 후원자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본색을 드러낸다. 그는 건축을 예술이 아닌, 자신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여긴다. 라즐로는 점점 자신의 건축 철학을 타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진정한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은 단순히 자본과 권력의 욕망이 투영된 구조물에 불과한가?

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밴 뷰런을 보며 현실 속 기업 오너들의 태도가 떠올랐다. 그들은 흔히 ‘비전’이라는 명분으로 예술가를 후원하지만, 그 진짜 목적은 예술이 아니라 가치 상승이다. 예술이 자본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순간, 그것은 가차 없이 버려진다. 밴 뷰런 역시 처음에는 라즐로를 후원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그의 작품을 자신의 재산 목록에 추가하려 했을 뿐이다. 예술과 자본, 신념과 현실의 대립은 이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표출된다. 라즐로는 끝까지 자신의 철학을 지키려 했지만, 결국 현실 앞에 무너지고 만다.

이 영화는 예술과 자본, 신념과 타협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건축가 라즐로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신선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인터미션(Intermission)이다. 1시간 45분 후, 15분간의 휴식이 주어진다. 이것은 단순한 쉬는 시간이 아니다. 관객들은 현실로 돌아갔다가 다시 영화 속으로 돌아오며, 라즐로의 삶에 더욱 깊이 빠져든다. 이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도록 하는 장치이다.

인터미션이 끝난 후, 우리는 라즐로가 점점 압박받고 무너지는 과정을 목격한다. 그의 신념이 타협되고, 그의 건축물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변질되는 순간, 관객들은 더 이상 그의 삶을 단순한 스토리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것은 곧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인터미션은 단순한 ‘쉼표’가 아니라, 한 인간의 무너지는 순간을 더욱 깊게 체험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가 끝나고, 에필로그에서 완성된 문화센터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문화센터는 더 이상 라즐로의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밴 뷰런의 소유물이며, 권력과 자본의 산물일 뿐이다. 라즐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지만, 결국 무엇을 얻었는가? 그가 꿈꾸었던 이상은 남아 있는가?

에필로그에서 그의 조카 조피아(래피 캐시디 분)는 삼촌의 건축 철학을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그의 신념이 밴 뷰런의 욕심으로 인해 완전히 지켜지지 못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예술과 권력, 신념과 현실이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보여준다.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라즐로의 내면을 고스란히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그의 고민과 갈등을 그대로 전달했다. 가이 피어스 역시 밴 뷰런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예술을 후원하는 기업가의 양면성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라즐로의 삶이 남긴 잔향은 깊었고, 그의 선택은 곧 우리의 선택이기도 했다. 

영화가 끝나고도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삶을 설계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건축물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혹시, 우리가 공들여 쌓아 올린 그 이상 또한, 누군가의 손에 의해 조각나고 있지는 않은가?” 

투데이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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