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미사일의 성능을 개량하고 발사대를 다양화하면서 우리 군의 킬체인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속보로 전하는 뉴스를 접할 때면 심심치 않게 접하는 용어가 바로 ‘킬체인(Kill Chain)’이다. 제거라는 뜻의 ‘킬(Kill)’과 순환 고리란 의미의 ‘체인(Chain)’이 합쳐진 킬체인은 말 그대로 제거하는 순환 고리란 뜻이다.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체계, 이동식 발사대 등 핵심표적을 신속하게 탐지해 사용 징후가 명백할 경우 발사전 제거하는 공격 체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를 향한 적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 시 수행하는 선제타격의 개념이다.
킬체인은 냉전시대인 1990년대 초반 소련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미국 공군이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이른바 ‘시간 민감성 표적(TST, Time-Sensitive Targeting)’에 대한 대응 작전에서 발전시킨 것이다. 이동 가능한 미사일 발사대나 핵 시설처럼 단시간 내 전장을 장악하는 위협을 재빠르게 타격하는 것을 뜻한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과 연합군은 이동식 발사대(TEL)을 통해 스커드 공격을 받게 되자 이를 제압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로 대응에 나섰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발사 거점 자체를 섬멸하는 것이었다.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과 발사대를 선 제거하는 ‘스커드 사냥(Scud Hunting)’ 작전이 펼쳐졌다. 이게 바로 킬체인의 시작이다.
우리 군은 2012년부터 킬체인 구축을 시작했다.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화성-13형을 공개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킬체인을 발동한다는 것은 곧 전면적인 전쟁 상황을 염두해야 한다. 그렇기에 적의 위협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빠른 결심을 돕는 정보자산이 반드시 필요하며, 즉각 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의 확보도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3호기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주, 야간 및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전천후 초고해상도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정보, 감시, 정찰의 정보자산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킬체인 전력으로 대북 감시능력이 강화됐다. 공군의 E-737 피스아이와 같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정보자산으로,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는 타격 수단으로 압도적이다. 해군에는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도 감시와 타격이 가능한 킬체인 전력으로 위력적이다. 특히 지난 10일 부산항에 입항해 북한이 매섭게 비난하고 있는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역시 잠항 시간이 길어 은밀한 킬체인 전력으로서 탁월하다.
북한의 2024년 군사동향을 다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북한은 22회의 전략무기 시험 및 훈련 발사를 감행했다. 이 중 순항미사일과 근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만도 18회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미사일의 발사 플랫폼 또한 지상에서 잠수함과 함정 등으로 다양화됐다며 심각성을 표했다. 또 2012년 국방백서와 2022년 국방백서를 비교해 보면 10년새에 북한의 다연장 방사포는 4800여문에서 5500여문으로 증가했다.
미사일 도발은 끊이지 않고, 우리를 위협하는 방사포는 늘어만 가지만 킬체인의 구축은 쉽지 않다. 올해 국방예산이 국회에서 대폭 삭감되면서 킬체인이 발목 잡힌 것이다. 킬체인의 핵심인 지위 정찰사업 예산은 2024년 대비 4852억 원이 감액돼 1조 8187억 원으로 확정됐다. 또한 전술 데이터링크 시스템(Link-16) 성능 개량 사업 예산도 기존 226억원에서 78%나 삭감됐다.
“지금은 방어적인 전투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발사 체계와 인프라를 공격하는 전투로 판도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미국 공군 감시정찰 부국장을 지낸 퇴역 대령의 말이지만, 필자의 주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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