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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판 애니부터 19세기 쿨리 등장 시대극까지… 反美 코드 푹 빠진 中 극장가

조선비즈 조회수  

중국에서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영화가 나란히 흥행 1, 2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벌어지는 패권 경쟁을 꼬집은 판타지 애니매이션은 중국 영화 시장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1900년대 전후 미국에서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던 중국 노동자 ‘쿨리(중국어 쿠리·苦力)’가 등장하는 영화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한층 격화된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영화를 통해 ‘반미(反美)’ 여론이 확산되면 미국에 맞대응할 동력을 얻을 수 있다.

12일 중국 경제매체 금융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봉한 ‘너자 마술소년의 바다소동(哪吒之魔童闹海·이하 너자2)’은 지난 10일 기준 86억위안(약 1조7000억원)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렸다. 이로써 너자2는 단일 시장에서 박스오피스 수입이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돌파한 세계 최초의 영화가 됐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순위 30위권에 진입한 아시아 최초 영화이기도 하다.

너자2는 명나라 소설 ‘봉신연의’에 나오는 신화 속 영웅, 너자(哪吒)를 주인공으로 각색한 판타지 애니매이션이다. 지난 2019년 개봉한 ‘너자 마술소년의 강림(哪咤之魔童降世·이하 너자1)’ 속편이다. 전편에서는 인간계에서 ‘어둠의 마왕’이라는 운명을 태어난 너자가 세상의 편견과 운명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았다. 너자2는 하늘의 재앙으로 영혼만 남은 너자가 육신을 다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고난과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 판타지 애니메이션 '너자2'에 나오는 천상계 심장부, 옥허궁.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과 닮았다./바이두 캡처
중국 판타지 애니메이션 ‘너자2’에 나오는 천상계 심장부, 옥허궁.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과 닮았다./바이두 캡처

너자2를 깊게 들여다보면, 미국과 중국 간 벌어지는 패권 다툼에 대한 은유가 촘촘히 녹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너자가 천상계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저항을 암시하고, 다자간 공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상계의 심장부인 ‘옥허궁(玉虛宮)’이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과 꼭 빼닮은 점, 달러($) 기호를 닮은 패턴이 곳곳에 등장하는 점, 영생을 얻은 이들이 받는 옥패에 미국의 독수리 상징이 그려져 있는 점 등도 이 영화가 미국을 겨냥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캐릭터 설정에도 중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됐다. 천상계의 권력자인 무량선옹(无量仙翁)이 대표적이다. 이 인물은 절대적 권한을 휘둘러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는 미국이 여러 구실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해 분쟁을 일으키는 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동해 용왕인 오광(敖光)은 무량선옹을 두고 “세상의 등대라고 주장하지만 모든 생명체를 해친다”라고 말한다. 이 역시 ‘민주주의의 등대’라면서도 국제적 혼란을 일으키는 미국의 행태를 꼬집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는 ‘당탐(唐探) 1900’은 1900년대 미국에서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등장한다./바이두 캡처
중국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는 ‘당탐(唐探) 1900’은 1900년대 미국에서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등장한다./바이두 캡처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영화는 너자2뿐만이 아니다. 현재 너자2에 이어 중국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는 ‘당탐(唐探) 1900′에도 이러한 코드가 숨겨져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이다. 백인 살해 사건에 대한 용의자로 중국인이 지목되면서 차이나타운이 폐쇄 위기에 놓이는데, 주인공들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 장르는 코미디 액션으로 분류되지만, 중국인들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당시 미국에 있던 중국인 저임금 노동자, 이른바 ‘쿨리’에 주목하고 있다. 주인공 아귀(阿鬼)의 아버지도 미국 철도 건설에 참여한 쿨리였다.

실제 19세기 말 망해가는 청나라의 농민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도로, 철도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SOC) 공사 현장에서 낮은 임금을 받고 일했다. 당시 이들은 각종 차별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이때 자신들이 미국 노동 시장의 공백을 메우고 미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적 안정에 기여했지만, 미국은 이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인들이 술을 마시며 파티를 벌이는 동안, 중국 노동자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기름에 흠뻑 젖어 있는 영화 속 장면이 대표적이다. 중국 내 한 기업인은 “지금 미국이 이렇게 발전하기까지 중국의 역할도 분명히 있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영화와 같은 콘텐츠에 대해 엄격한 검열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부터 배급까지 정부의 손을 타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중국 영화관 상영시간 대부분을 너자2와 당탐 1900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가 ‘반미’ 여론 형성을 적어도 묵과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벌이는 무역 전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이 경기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미국과 빠른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오히려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중국 매체들은 “영화를 통해 오직 단결을 통해서만 우리나라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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