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월대보름을 꼭 챙기는데 올해 국산 팥·찹쌀이 너무 비싸다. 체감상 지난해보다 가격이 45~50% 오른 것 같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오는 12일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오곡을 사러 온 김현숙(63)씨는 “수입산 팥은 단맛이 덜하지만 국산 팥보다 가격이 20~30% 정도 저렴해 고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사려고 한 팥은 국산일 경우 1㎏ 기준 2만5000원을 내야 했지만, 중국산은 1만2000원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팥 500g을 중국산으로 사고 나머지 오곡밥 재료인 찹쌀과 검정콩만 국산으로 구입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 망원시장에서 판매 중인 정월대보름 부럼 땅콩과 호두(왼쪽). 국산 오곡·부럼 등을 소포장해 1000원 또는 2000원에 파는 경우도 있었다(원 안의 사진).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견과류 판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땅콩과 호두 등을 사고 있다. /민영빈 기자](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061cb6a4-f91b-4d51-924d-3cfbf7fe6f65.jpeg)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오곡·부럼 등의 가격이 올랐다.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오곡과 부럼 재료 등 주요 10개 품목을 전부 사면 전통시장에서 13만9700원을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6.2% 오른 금액이다. 조사 대상은 오곡밥 재료 5개(찹쌀·수수·차조·붉은팥·검정콩)와 부럼 재료 5개(잣·밤·호두·은행·땅콩)다.
전통시장 기준 찹쌀 800g 가격은 3200원으로 전년 대비 23.1% 올랐다. 같은 기간 붉은팥 800g 가격은 1만6000원으로 45.5% 상승했다. 검정콩 720g 가격도 7500원으로 7.1% 올랐다. 부럼도 은행 600g 기준 7000원으로 16.7% 올랐다. 땅콩 400g 가격은 1만원으로 11.1% 상승했다.
마포구 월드컵시장에서 견과류를 파는 상인 최모(45)씨는 “올해 이상기후 때문에 국산 잡곡 및 호두·땅콩 등의 작황이 부진했다”며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치솟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국산 땅콩 400g을 1만2000원에 팔고 있었다. 중국산 땅콩은 같은 양 기준 3000원이었다. 최씨는 “정월대보름 하루 동안 먹는 식품인 만큼 국산을 추천한다”며 소포장 된 호두와 땅콩, 잡곡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실제로 최씨처럼 전통시장 곳곳에서는 국산 오곡·부럼 등을 소포장해 1000~5000원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소량이라도 국산을 찾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주부 정애란(54)씨는 “오곡밥 한 끼를 위해 국산 팥·차조·검은콩을 각각 1000~2000원에 살 수 있어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45분 서울 서대문구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는 수입산 견과류 1+1(원 플러스 원)할인 행사가 열렸다(왼쪽). 같은 날 오후 1시 40분 서울 중구의 한 롯데마트에 마련된 정월대보름 코너에는 오곡과 부럼 등이 진열돼 있었다. 같은 가격이지만 국산 땅콩은 100g, 중국산 땅콩은 450g이 각각 담겨 있었다(원 안의 사진). /민영빈 기자](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1c980228-233c-41bc-bc37-4319694448a1.jpeg)
대형마트는 수입산 오곡·부럼 제품 공급에 힘쓰는 모양새다. 매장 내 정월대보름 코너를 따로 구성해 국산·수입산 제품들을 매대에 진열해 놨고, 수입산 제품 중 일부는 1+1(원 플러스 원)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홈플러스는 국산 붉은팥 대신 캐나다산을 600g에 9900원에 판매했다. 롯데마트는 캐나다산(1㎏)·페루산(1.2㎏) 붉은팥을 각각 7990원에 판매했다. 이마트는 중국산 볶은 피땅콩과 미국산 피호두를 할인 행사했다.
서울 중구의 한 롯데마트를 찾은 주부 오유진(34)씨는 “결혼 후 첫 정월대보름이라서 국산 재료로 오곡밥을 짓고 싶었는데 높은 가격을 보고 카트에 바로 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수입산 팥과 미국산 호두를 샀다”고 했다. 이날 오씨가 산 캐나다산 팥(1㎏)은 7990원이었지만, 국산 팥(500g)은 1만7990원이었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국산 오곡·부럼 재료 등 주요 10개 품목을 구매하면 18만5220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8% 오른 금액이다. 대형마트 기준 오곡밥 재료 5개의 총가격은 6만2940원으로 전년 대비 16.2% 상승했다. 부럼도 호두 400g 가격은 1만4520원으로 전년 대비 3.6% 올랐고, 땅콩 400g 가격은 1만3560원으로 지난해보다 13.4% 상승했다. 은행 600g 가격도 9840원으로 지난해보다 15.2% 올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은행과 땅콩은 생산량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품목 특성상 수작업이 필수적이다. 인건비가 오른 영향도 있다”라며 “이상기후로 건나물도 가격이 10~20% 올랐다. 정월대보름 밥상 물가가 치솟은 만큼 수입산 대체품으로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도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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