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내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1ea89ce4-6306-455d-b331-430f7066e066.jpeg)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를 겨냥해 여권이 흔들기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보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서두르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는 주된 명분이 됐다. 헌재가 ‘신속한 재판’에 몰두해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고리로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여권의 공세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정안정을 위해 가장 시급한 국무총리 탄핵심판은 미뤄놓고 전혀 급하지 않은 마 후보자 임명절차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헌법재판관들이 법적 쟁점부터 제대로 따져야지 정치적 쟁점부터 먼저 따진다면 정치 재판소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당 ‘투톱’이 헌재의 심리 절차에 대해 일제히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헌재는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마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2차 변론을 진행했다. 권한쟁의심판은 지난달 3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것으로, 당초 헌재는 한 차례 변론만 마친 뒤 지난 3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예정된 시간을 두 시간 앞두고 돌연 선고를 연기했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헌재는 설명했다.
헌재의 갑작스러운 선고 연기는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헌재가 선고를 서두르면서도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립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남겼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갑작스러운 선고 연기는 사실상 헌재 스스로 ‘절차적 흠결’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회의 의결 없이 우 의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 불거진 ‘청구인 적격’ 문제는 그중 하나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아마 헌재는 결정문 초안을 집필하는 1월 31일까지도 이 논점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문형배(왼쪽 두번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권한쟁의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 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370/image-fb54e0a8-093c-49d7-8196-dd7872382143.jpeg)
◇ ‘검찰 조서 증거 인정’ 두고도 반발
국민의힘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사건’의 심리를 제쳐두고 마 후보자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에 속도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 권한대행 탄핵 사건 결과에 따라 마 후보자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역순의 심리를 진행하는 것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은 이러한 헌재의 행보가 ‘9인 체제 완성’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헌재는 순서와 이치에 맞게 공정한 운영을 하시라”고 쏘아붙였다.
윤 대통령 측도 헌재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앞서 증인신문 시간제한과 관련해 ‘공정성 우려’를 지적한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형사소송법 준용과 관련해서도 헌재를 직격했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사태에 관여한 군 지휘부들의 검찰 진술이 사실과 다른 만큼 증거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는데 지난 2020년 형소법 개정으로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할 때만’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는 헌재법상 해당 조항이 ‘헌법재판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를 단서로 뒀다는 점에서 이러한 윤 대통령 측 주장에 선을 그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인권 보장 흐름에 역행하는 퇴행적 결정”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고자 하는 공판중심주의와도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심리보다 강조돼야 할 것은 진실을 밝히는 공정한 심리”라며 헌재의 심리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재차 드러냈다.
보수 지지층의 결집으로 탄핵 국면 전환에 힘을 싣고 있는 여권은 헌재를 직접 겨냥함으로써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계속해서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에 대한 불신을 부추김으로써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당내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헌법재판소는 법치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결정을 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자체가 붕괴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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