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EMK의 두 번째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로,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그윈플렌의 삶을 통해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조명한다.
SWTV는 최근 서울 서초구 소재의 예술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뮤지컬 ‘웃는 남자’의 ‘데아’ 역으로 출연 중인 장혜린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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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마틴엔터테인먼트 |
장혜린은 2023년 뮤지컬 ‘벤허’의 티르자 역으로 데뷔해 ‘베르사유의 장미’의 로자리 라 모리엘 역으로 활약한데 이어, 올해 ‘웃는 남자’의 데아 역으로 첫 대극장 주연을 맡게 됐다.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와 진짜 멋있다’ 하면서 무대 위에서 보던 언니, 오빠들이랑 같이하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해서 솔직히 실감이 안 날 때 많아요. 저를 믿고 맡겨주신 모든 분과 관객분에게 너무 감사하죠.”
이처럼 대작들에 연이어 캐스팅되며 이름난 뮤지컬 배우들과 한 무대에 오른 그는 선배들과 함께 합을 맞추며 자기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느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들 체력들이 너무 좋으시더라고요. 그 바쁜 와중에도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자기 관리 놓치지 않으시는 걸 보면서 ‘아 나 되게 게으르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무대 위에서도 베테랑 선배님들이 하는 걸 보면서 어떻게 무대 위에서 표현해야 하는지 코앞에서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로서의 첫발을 떼는 중인 장혜린은 노래가 좋아하고 잘한다는 이유로 권유받아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성악을 전공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며 음악을 관둘 고민을 했고, 이후 우연한 조언이 그의 생각을 바꾸는데 계기가 되었다.
“4학년 때 뵌 실기 선생님이 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면 예쁠 소리라고 하시면서, 뮤지컬을 권유해 주셨어요. 성악은 마이크를 차지 않는데 제 성량은 맨 귀로 들었을 때 그렇게 크게 들리지 않았고, 제 장점인 음색은 마이크를 타면 더 잘 들렸거든요. 실제로 지금 마이크에 대고 부르는 게 되게 편하게 느껴지고 있어요. 그 조언을 듣고 ‘이왕 한번 사는 건데 왜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생각을 안 해봤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얻고 도전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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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성악을 공부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대학교 때는 너무 발성에만 신경을 썼던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후회가 된다”면서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후 노래에 대해 느끼게 된 점에 대해 말했다.
“지금 그때 했던 노래를 들으면 너무 노래하는 기계처럼 부른 것 같아서 사실 다시 듣고 싶지 않아요. 입시 때부터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 뮤지컬을 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너무 잘못 노래를 해왔다는 걸 많이 느꼈죠. 그래도 성악 발성은 앞으로 써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고 생각해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메리트라고 생각해요.”
그가 학창 시절부터 노래를 배운 것에 비해, 뮤지컬에서 음악과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 또 다른 큰 줄기인 연기에 대해서는 완전한 초짜에 가까웠다. 장혜린은 데뷔작인 ‘벤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고민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벤허’ 같은 경우에는 노래가 많지 않아서 연기적인 고민이 제일 컸죠. 그래서 대사 뱉는 것부터 너무 두려웠어요. 말 한마디 하는 것부터 ‘이렇게 하는 게 맞나’하는 고민이 들었고, 연기가 너무 어렵다는 걸 느꼈죠. ‘베르사유의 장미’때는 상대방 대사를 듣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에 대해 반응해야 연기가 된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지금도 연기 레슨을 계속 받고 있고, 공연하면서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세요. 요즘도 매 회차 공연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어서 점점 경험이 쌓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직접 무대에 올라 본 이후에는 자연스레 작품을 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관객석에서만 뮤지컬을 접했던 과거와 배우로서 활동도 함께하고 있는 지금을 비교했을 때 그는 “확실히 연기를 시작하고 난 이후로 뮤지컬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음악 전공이다 보니까 그전에는 음악이 되게 중요했는데, 지금은 배우들끼리 서로 연기하는 것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뮤지컬에 참여하게 되면서 직접 재미있다는 걸 느끼니까, 무대 위에 있는 제가 겹쳐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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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장혜린과 ‘웃는 남자’의 첫 만남은 초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혜린은 “스무 살 때 ‘웃는 남자’ 초연이 올라갔는데, 그때 어머니와 같이 박효신 님이 나오는 회차로 관람했다”면서 어머니와 함께한 뮤지컬에 대한 추억을 말했다.
“어머니가 뮤지컬 팬이셔서 항상 차에서 뮤지컬 노래 나오면 따라 부르고, 공연 보러 다니시면 따라가서 같이 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때부터 노래랑 뮤지컬을 계속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제가 볼 수 있는 건 다 봤던 것 같아요.”
그가 맡은 데아 역의 대표 넘버로는 ‘나무 위의 천사’가 있다. 그윈플렌과 데아의 극중극에서 선보이는 듀엣 넘버로, 아름다운 선율과 노랫말을 통해 극의 대표 넘버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장혜린은 가장 긴장되는 넘버로 ‘나무 위의 천사’를 꼽기도 했다.
“‘나무 위의 천사’는 너무 유명한 넘버고, 관객분들이 잘 알면서 많이 기대하고 오시는 거잖아요. 심지어 첫 등장을 하는 노래라서 저는 아직도 ‘나무 위의 천사’를 부를 때 엄청나게 긴장해요. 등장하기 전에는 그윈플렌이랑 마주 본 상태로 뒤에 숨어 있는데, 같이 떨고 있어요. (웃음) 그래도 이 넘버가 지나가고 나면 좀 즐기면서 할 수 있어요.”
부담감이 큰 넘버이지만, 그에게 인상 깊은 순간을 만들어주기도 한 장면이다. 장혜린은 “테크 리허설 때 처음으로 가발하고 옷을 갖춰 입고 나와서 ‘나무 위의 천사’ 장면을 하는데, 장면이 끝나자마자 리사 언니가 왜 제가 데아 역을 맡았는지 알겠다고 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연습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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