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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가 뭐길래②] MZ기자, 노인이 돼 키오스크 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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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일상이 돼버린 키오스크(무인단말기). ‘키오스크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당은 물론이고 카페·극장·병원 등 우리 생활 곳곳 스며든 키오스크에 노인은 서러운 눈물이 흐른다

.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해 먹고, 원하는 것을 보고 누리는 당연한 일이 키오스크라는 벽 앞에서 어려운 이야기가 됐기 때문이다. 청년보다 노인이 더 많은 대한민국에서 우리도 언젠가 또 한 명의 노인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키오스크로 겪는 좌절을 무심히 넘겨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소비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시사위크>가 키오스크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노인의 고충을 이해해 보고자, 기자가 직접 노인체험복을 입고 키오스크 앞에 서봤다. / 시사위크
노인의 고충을 이해해 보고자, 기자가 직접 노인체험복을 입고 키오스크 앞에 서봤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식당.’ 100만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의 제목이다. 신세대와 소통하며 젊게 살기로 유명한 박막례 할머니이건만, 키오스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고령자의 시선에서 키오스크는 어떻게 보이길래 이토록 어려워하는 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MZ 기자가 직접 노인으로 변신해 키오스크 앞에 서봤다.

일단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노인생애체험센터에서 80세 평균 신체를 구현해 놓은 체험복을 대여했다. 

노인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노화가 되면서 둔해지는 감각을 느끼기 위해 손목과 팔목엔 모래주머니를 달았고, 팔꿈치와 무릎엔 약해지는 관절을 경험하기 위해 억제대를 착용했다. 체험복을 절반만 입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움직임이 평소의 두 배는 느려졌다.

노인의 굽은 등을 체험하기 위한 등억제대와, 노인의 시야를 경험할 수 있는 특수안경, 노인성 난청을 구현한 귀마개, 촉각을 둔하게 만드는 장갑까지 착용하니 몸이 둔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소한 일조차 혼자 할 수 없었다. 관절이 내 마음 같지 않으니 옷을 입는 것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마치 엄마의 손길처럼 동료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노인체험복을 입고 회사 인근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의 키오스크 앞에 섰다. 80세로 분해 키오스크 앞에 서니 신체의 변화가 더욱 체감이 됐다. 먼저 시야의 폭이 줄어드니 평소 한눈에 쏙 들어오던 키오스크 기계가 일부분 밖에 보이지 않아 답답하게 느껴졌다. 고개를 위 아래로 움직여가며 옵션들을 확인하려 노력했지만, 가까운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는 노안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평소라면 2분 남짓이면 주문을 완료하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을 테지만, 노인이 되니 불고기버거세트 버튼을 찾는 데만 5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노인체험복을 입고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보니 가장 큰 변화는 시야의 폭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사진은 기자의 경험을 토대로 좁아진 시야 안에 들어오는 화면의 모습을 구현해 놓은 것이다. / 시사위크
노인체험복을 입고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보니 가장 큰 변화는 시야의 폭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사진은 기자의 경험을 토대로 좁아진 시야 안에 들어오는 화면의 모습을 구현해 놓은 것이다. / 시사위크

간신히 원하는 메뉴 버튼을 찾고 나니 여러 옵션들이 등장했다. 감자튀김 등 사이드메뉴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음료는 무엇을 할 것인지 터치해야 할 버튼이 너무 많았다. 둔해진 감각 탓에 내 마음대로 안 되는 터치와, 작은 글씨로 쓰여진 옵션 사항들은 주문의 난이도를 한층 높였다. 어렵사리 메뉴를 담고 ‘주문하기’ 버튼을 눌렀다. 이제 결제만 남은 것 같았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멤버십은 적립할 것인지, 결제방식은 카드인지 현금인지, 키오스크는 줄기차게 질문을 쏟아냈고, 급기야 짜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 청년이 주문을 위해 바로 옆 키오스크에 서자 심리적 부담감까지 커졌다. ‘여기서 한 명만 더 오면 내 뒤로 줄을 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주문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불안감과 압박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무거워진 팔과 굽은 등으로 인한 신체적 제약, 좁아진 시야, 흐릿한 초점까지. 달라진 몸의 변화는 컸고, 키오스크는 그런 기자에게 한없이 불친절한 존재였다. 영상 속 박막례 할머니가 그렇게 헤맸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해 서울디지털재단이 공개한 '2023년 서울시민 디지털역량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이용한 고령층 가운데 59.6%가 불편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지난해 서울디지털재단이 공개한 ‘2023년 서울시민 디지털역량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이용한 고령층 가운데 59.6%가 불편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물론 기자의 경험이 모든 노인의 상태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변화하는 신체의 정도, 인지적 정도 등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험복이 평균 80세 신체를 구현해 놓은 만큼 충분히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키오스크 앞에서 소외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나이를 먹으면 감퇴하는 인지능력, 상황판단능력, 순발력 등을 고려했을 때 키오스크는 고령층에게 결코 쉽지 않은 존재다.

실제 고령층의 키오스크 사용에 대한 불편함은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디지털재단이 공개한 ‘2023년 서울시민 디지털역량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의 57.1%가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59.6%가 불편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키오스크 이용 시 불편을 경험한 이유(중복응답 가능)로는 ‘선택사항을 적용하기 어려워서’가 52.6%로 가장 높았다. 이어 △ ‘사용 중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 47.6% △‘키오스크로는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가 있어서’ 40% △‘사용 중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어서’ 28% △‘용어가 어려워서’ 28% 순으로 나타났다. 

건국대학교 장애와복지 신유선 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키오스크 문제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및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디지털 전환 시대’라고 해서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는데, 한 번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며 “경제적인 측면을 떠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인권의 문제로서 소외되는 이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사위크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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