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업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질적인 효율성과 사용자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농업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로 여겨졌다. 정부, 각종 농업기관들은 지난 10여년 간 이를 실현하기 위해 3000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하며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대부분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농가의 온라인 판매 활성화라는 목표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십억원이 투입된 일부 시스템은 농가의 환경과 실제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PC 기반의 복잡한 시스템이나 농가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사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농협이 진행한 온라인 판매 활성화 지원 사업 중 1200억원가량이 투입된 ‘스마트 유통 플랫폼’은 대부분 농가가 기술적 어려움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농업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농가의 현실을 반영한 실용적인 디지털 솔루션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린랩스의 ‘팜모닝’은 농민들이 재배하는 작물에 대한 정보 제공부터 수확한 농산물의 유통까지 지원하는 디지털 농업 플랫폼이다. 서비스 개시 1년 6개월 만에 가입 회원 50만명을 달성하며 국내 전체 농가 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1위 농기계 기업인 대동은 현대오토에버와 합작을 통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농업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농업 전 주기에 걸친 정밀농업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드K의 ‘카키’(Kaki)는 태블릿 중심의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농가들이 온라인 판매를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농가도 몇 차례 클릭만으로 상품 등록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정책의 실패가 보여주듯 농가가 기술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농가 스스로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