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색의 공간을 연출하는 추상 표현주의 작가 우슈앙(吴霜 Wu Shuang)의 한국 첫 개인전 ‘Else Where’가 15일부터 3월 30일까지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서울에서 머무르며 작업한 작품들로 절반이 채워진다. 팬데믹을 계기로 작가는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마주하는 새로운 환경과 감정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전세계 40여개국을 여행하며 작업을 해 왔다. ‘현대판 집시 감성’을 화폭에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활력을 추구하는 것은 제 삶의 의미이자, 예술을 대하는 저의 본질적인 태도입니다. 삶은 제한적이고 짧습니다. 3년간의 팬데믹을 겪고 나서 많은 변화를 느꼈고, 베이징에서의 10년 간의 작업을 마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대신 배낭을 메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마치 용기 있는 사람을 위한 놀이 같습니다. 저는 이 세상의 인식자이자 기록자로서, 제가 느낀 세계를 붓을 통해 기록합니다.”
우슈앙은 내면의 정신성과 자유의 의미를 탐구하며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한다. 붓의 즉흥적인 움직임 속에서 형태와 구도를 조율하고 색을 쌓아가는데, 서로 충돌하는 듯한 강렬한 색감은 긴장감을 조성하면서도 화면 전체에 균형을 부여한다.
작가는 과거 판화적 요소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평면적이고 단조로운 2차원적 회화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형광빛을 띠는 고채도의 색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밝은 색조 아래 미묘하게 깔린 어두운 음영의 대비는 작품의 강렬한 인상을 더욱 부각시킨다. 여러 겹을 쌓아 올리면서도 맑고 투명한 색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마주하는 도시에서의 경험이 색채와 구성을 더욱 다층적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작품 스타일은 계획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제 작업들은 디자인할 수 없는 범주에 속합니다. 빈 캔버스에서 최종 완성까지, 정해진 계획이나 구도는 없으며, 스케치조차 없습니다. 그림에는 실행 취소 버튼이 없고, 이전 단계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매번 한 획을 추가하는 것은 실패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언제 멈출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불확실성을 즐깁니다. 이것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때로는 열정적이고, 때로는 정적이기도 한 제 일상 기분에 따라 변화합니다. 또한 작품의 색감은 계절, 시간, 감정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의 영향을 받습니다. 주제 또한 제가 그 순간에 집중하는 대상에 따라 정해지기도 합니다. 가끔 낯 섦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하게 되는 순간 즐거움으로 승화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은 저에게 있어 작은 모험과도 같습니다.”
그가 캔버스 앞에 섰을 때 어떤 것도 정해진게 없다. 다만 색의 마법에 이끌릴 뿐이다.
“저는 아무 것도 없던 것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영감은 의도적으로 찾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비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마치 디톡스를 하는 것처럼, 외면과 내면을 일정 기간 동안 정화하여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몸과 마음이 비워졌을 때만 영혼이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그림을 그릴 때는 색의 마법이 나타나며, 그 색상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매혹적인 과정이라 느껴집니다. 물론 이 과정에는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어떤 작품은 한 번에 완성되고, 어떤 작품은 잠시 멈추어야 했습니다. 저는 자연을 느끼러 나가거나 끝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속에 스며듭니다.”
그는 집시 같은 방랑자의 꿈을 채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체류하는 삶은 일시적입니다. 경계를 허문 삶의 공간에는 무한한 가능성들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시간대가 얽혀 풍성하게 짜인 그물로 끝없이 이어지고, 저는 그 시간대를 넘나들며, 새로운 도전의 가능성을 즐깁니다. 한 곳에서 잠시 살아본 후, 저는 제 길을 계속 나아가며 새로운 기분으로 저에게 영감을 줄 다른 장소를 찾습니다. 저에게 ‘EIse Where’란 그런 의미입니다.”
그는 즉흥성과 우연성이 개입된 회화의 특성을 수용하며 불확실성을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과정 자체를 예술의 본질로 여긴다. ‘Else Where’는 이런 맥락에 놓여있다.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과 내면의 흐름을 조형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충칭 출신의 우 슈앙은 강렬한 색채 대비가 돋보이는 추상 표현주의 회화를 선보이는 작가다. 2007년 독일 카셀대학교 자유예술 연구과정 수학 후, 2009년 쓰촨 미술대학 유화과를 졸업하고, 2014년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판화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우 슈앙은 채도가 높은 색들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초기에는 인간의 존재를 중요시하는 인본주의를 주로 탐구하며 작업했다. 최근에는 자연과 내면의 감정, 그리고 생명의 역동성으로 그 주제를 확장해오고 있다. 우 슈앙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는 미술계를 넘어 패션 디자인 산업에서도 주목받아 메르세데스-벤츠 차이나 인터내셔널 패션위크와 3년 연속 협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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