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다시 뛴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3일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이 회장은 10년 가까이 지속된 ‘사법리스크’ 악재에도 꾸준히 AI, 반도체, 통신, 바이오 등 삼성의 핵심 사업 먹거리 발굴에 앞장섰다. 이는 폭넓은 글로벌 인맥이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는 무죄 선고 하루 만인 4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과 ‘AI 회동’을 진행하며 경영 보폭 확대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뉴스1](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4/image-386c5874-9205-4a80-8f38-b11340397d4c.jpeg)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4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올트먼 CEO, 손정의 회장과 회동을 갖고 AI 반도체 등 잠재적 협력 방안을 포괄적으로 모색했다. 회동에는 삼성전자와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 중인 반도체 설계 자산(IP) 기업 암(Arm)의 르네 하스 CEO도 배석했다.
중국발 딥시크 충격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번 동맹이 성사될 경우 미국 오픈AI의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자본, 한국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제조·생산 능력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AI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이 회장은 1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지내며 경영 구상에 몰두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처럼 장기간 출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용 회장이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기간 해외 출장은 2023년 5월 다녀온 22일간 미국 출장이었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5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일식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사와스시 페이스북](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4/image-ff80511c-08cc-41ee-8259-8aa1bfc75c90.jpeg)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삼성은 글로벌 네트워크 재구축을 통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첫 해외출장지 후보로 미국이 꼽히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3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엔비디아 ‘GTC 2025’ 기간 중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두 사람은 2년 전에도 새너제이에서 만나 AI 반도체 관련 시너지 확보 및 파운드리 협업 방안 등을 논의한 적 있다.
빠르면 2월 중 해외 출장을 점치는 전망도 있다. 신규 먹거리가 풍부한 중동이다.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원전 사업 추가 수주 및 스마트시티 ‘마스다르시티’ 건설부터 운영, 초고속통신망 구축 등 다양한 사업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이 회장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UAE 스마트시티 구축과 원전 등 다양한 분야의 투자 기회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대법원 상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이 회장이 대외 행보에 적극 나서는데는 여전히 부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점검 차원에서 북미는 물론 유럽, 중동, 베트남 등 해외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시기의 문제일 뿐 수시로 대외 행보에 적극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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