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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정책 경쟁은 만시지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계엄 선포와 연이은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이제야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중산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당내 반발을 무릎쓰고 연일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그간 금기시했던 중산층과 기업을 향한 감세정책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야당의 급진적인 ‘우클릭’ 행보에 여당도 산업계와 정책 간담회를 열고 정책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특히 야당 행보는 정체성 논란을 일으킬 정도다. 당장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재논의를 시작한 개정안은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공제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야당의 발의안대로 상속세법이 개정되면 상속 재산이 18억 원 이하인 경우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인플레이션 증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상속세에 메스를 대는 것이라 국민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진 정책위의장은 “특히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이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해 이를 해소하는 수준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날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인공지능(AI)와 조선업 기술을 육성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부자 감세를 이유로 감세에 미온적이었던 민주당의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이날 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성장 우선(growth first)’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신년 세미나도 열었다. 구체적으로 AI와 방산·에너지·바이오 등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50조 원 규모의 모태펀드 조성과 2조 원 이상의 정부 혁신 조달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권플랜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의원은 “성장과 분배, 성장과 복지의 관계가 아닌 성장 그 자체의 회복을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내 반발 무마다. 이재명 대표를 견제하는 움직임 속에서 비명 세력이 당 정체성을 명분으로 이런 감세 및 친기업 행보를 문제 삼고 있어 향후 법안 논의 등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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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에서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날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 주최로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조선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 조기 제정을 공언한 게 대표적이다. 이날 간담회는 건설 업종에 이은 두 번째로 친기업 정당으로서 선명성을 부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당이 약속한 특별법은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시험 설비 및 실증 사업에 투자하고 스마트 야드를 구축하기 위한 금융 지원을 뼈대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화물창 국산화는 물론 수소 운반선과 연료전지 및 암모니아 추진선 등 차세대 조선 산업 육성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 미래 선박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인식에 공감대를 표하며 연구개발(R&D)비 세액공제를 규정한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범위에 ‘미래형 선박’을 포함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송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가 한국 조선 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는데 입법과 세제 등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친환경 선박 기술이 아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이 안 됐는데 입법과 세제 등을 통한 제도 개선을 국회에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기업의 한 임원은 “여야 할 것 없이 친기업적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게 혹여 희망 고문에 그칠까 염려된다”며 “우리 경제에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 경제 진작을 위한 제대로 된 고민과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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