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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과 극우를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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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월8일(현지 시각) 브라질의 수도인 브라질리아에서 룰라 행정부에 반발하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 의해 폭동이 일어났다. 사진=나무위키
▲ 2023년 1월8일(현지 시각) 브라질의 수도인 브라질리아에서 룰라 행정부에 반발하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 의해 폭동이 일어났다. 사진=나무위키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와 극우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빌미였다. 트럼프의 격려 속에서 폭도들이 의사당을 약탈하고 기물들을 훔쳤다. 2023년 1월8일, 수천 명의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브라질 국회의사당, 대법원 청사, 대통령궁을 습격했다. 닥치는 대로 짓밟으며 예술 작품들을 훼손했다.  

여지없이 브라질 폭동은 미 의사당 폭동을 모방한 것이었다. 오늘날 극우의 부상은 이렇게 서로를 모방하고, 서로를 자극하며 들불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윤석열 쿠데타와 서부지법 폭동 역시 한국 내부 정치사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세계사적 추세와 긴밀히 연동돼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 중국 혐오, 유투버와 극우 기독교, 민주적 통제의 부정 등 서부지부 폭도들이 뱉어놓은 구호는 전세계 극우 구호들의 완벽한 교집합에 해당된다.

바야흐로 ‘극우의 대약진’. 20세기 초 역사적 파시즘이 유럽을 휩쓴 이후 극우 영향력은 상당히 약화된 터였다. 1980년대만 해도 극우 정당의 전세계 평균 득표율은 2.3%, 유럽에서는 1.1%에 그쳤다. 그랬던 것이 21세기 초반 평균 득표율이 4.7%로 오르더니 2010~2018년에는 무려 7.5%로 껑충 비약한다.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금융위기, 2015년 난민위기를 경유하며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고 그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극우 정당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평균적으로 세 번째로 큰 정치 세력이 됐다.

이 파죽지세는 역사적 파시즘을 겪으며 극우의 부상을 억제해온 나라들의 결계마저 붕괴시키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심지어 나치 전력 때문에 ‘인종’이란 단어 자체를 금지했던 독일에서조차 극우 정치가 매섭게 활개친다. 미국의 경우 의사당 습격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다시 부활한 트럼프가 폭도들을 사면함으로써 되려 극우 세력을 재장전시키고 말았다. 

바이든 정부는 왜 트럼프의 귀환을 막지 못했던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엘리트 정치에 편승한 채 신자유주의 세계를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이다. 

▲ 2021년 1월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여 폭동 및 폭력 행위를 일으켰다. 사진=위키피디아
▲ 2021년 1월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여 폭동 및 폭력 행위를 일으켰다. 사진=위키피디아

포드주의적 계급타협이 무너지고 1980년대부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전세계를 집어삼키면서 사회 복지와 공공성이 부단히 침식되기 시작했다. 좌파든 우파든 모든 정당들이 성장와 개발에 중독된 채 사회의 재생산 기반을 헐어냈다. 사회와 공동체가 무너진 자리에는 혼돈과 무질서가 번성할 수밖에 없다. 각자도생의 참호 속에서 안전과 보호를 위해 자신의 지위를 하락시킨다고 여기는 소수자들, 예컨대 이주자, 여성, 성소수자, 노동조합을 혐오하게 된다. 이주자는 일자리를 빼앗고, 여성은 남성의 지위를 위협하며, 성소수자는 가족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이방인으로 치부된다. 달리 말해, 반동적 정서가 배양되는 완벽한 번식지가 형성된 것이다. 

극우 포퓰리스트와 파시스트는 무대에 선 채 단지 선동하기만 된다. 그들을 미워하라, 우리의 몫으로 특혜를 받는 저 소수자들을 증오하라. 정치가 기업 비지니스로 전락했을 때, 정당정치가 그저 ‘친구와 적’이라는 정치적 양극화에 매달릴 때, 이에 대한 유력한 정치 대안으로 포퓰리즘과 파시즘이 부상하게 된다.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혐오와 폭력 선동으로 돈을 버는 극우 기독교와 유튜버들 같은 ‘폭력 충돌 장사꾼들’이 비상하는 것이다. 

극우 포퓰리즘이 선거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려고 한다면, 파시즘은 선거 제도와 민주적 장치를 제거하고 상대를 섬멸하려고 든다. 윤석열 내란 사태는 바로 이 사이의 회색지대에 존재한다. 신자유주의 토양 위에서 심화된 정치적 양극화와 파국의 적대, 그것이 윤석열 내란 사태의 숨겨진 전모다. 서울의 봄과 1987이라는 역사적 면역체계를 찢고 괴물들이 튀어나온 이유다. 

▲ 1월20일(현지 시각)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X(트위터)
▲ 1월20일(현지 시각)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X(트위터)

내란을 종결짓고 극우의 불길을 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내란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민주당의 실패와 트럼프 귀환이 보여주듯, 지금의 전세계 극우 대약진이 그러하듯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독재 프레임도 충분하지 않다. 극우의 배양지인 신자유주의를 제압하지 않는 한, 정당정치가 자본의 대리인을 그만두고 공공성과 공동체를 강화하는 본래의 정치를 다시 복원하지 않는 한, 만연한 증오와 분노를 압도할 강력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한 언제든 극우의 불길이 되살아나 우리를 불사르게 될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내란 세력의 저 단말마적 발악이 아니다. 이 와중에도 여전히 민주/독재라는 낡은 프레임을 움켜쥔 채 대권을 위해 그 지겨운 ‘성장’ 타령을 하며 우클릭을 하는 민주당과 야권이 암담하다. 놀랍게도, 민주당 진영에서 이 사태의 근원과 신자유주의에 대해 자성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괴물은 결코 혼자 탄생하지 않는다. 우리의 병든 내면의 심연 속에서 태어난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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