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충남아산프로축구단(대표이사 이준일)이 승부조작 의혹으로 선수 생활 중단 위기에 놓였던 전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32)를 영입했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이로써 손준호는 배성재 신임 감독이 이끄는 충남아산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1992년생인 손준호는 2014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데뷔한 이후 K리그1 통산 197경기에서 26골 33도움을 기록한 베테랑 미드필더다. 2017년에는 14개의 도움으로 K리그 도움왕에 올랐고, 전북 현대로 이적한 뒤 2020년에는 K리그 MVP를 수상하며 리그 최정상급 미드필더로 인정받았다. K리그에서 보여준 뛰어난 활동량과 중원 장악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았다.
국가대표로도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U-23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고, 2018년 A대표팀에 데뷔해 2019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실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중국 산둥 타이산 소속이던 2023년 5월, 상하이 홍차오공항에서 중국 공안에 전격 연행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10개월간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에 구류됐다가 지난해 3월에야 석방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이나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직무상 편의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에 적용되는 혐의다.
귀국 후 수원FC에서 새 출발을 알렸지만, 지난해 9월 10일 중국축구협회가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내리면서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당시 중국축구협회는 61명의 징계 대상자 중 44명에게 영구 제명을 선고했으며, “손준호가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해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손준호는 다음날인 9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승부조작 등 불법적인 돈거래는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산둥 타이산 시절 팀 동료였던 진징다오에게서 받은 20만 위안(약 3700만 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결국 9월 13일 수원FC와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선수 생활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던 손준호에게 희망의 빛이 비친 것은 지난달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월 24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확대 요청을 기각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손준호는 중국을 제외한 모든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축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K리그1, 2를 가리지 않고 여러 구단이 손준호 영입에 관심을 보였으나, 충남아산이 가장 적극적인 영입 의지를 보이며 최종 계약에 성공했다. 충남아산은 “K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많은 활동량과 중원 장악력, 풍부한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며 “수비와 공격의 연결고리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손준호는 6일부터 제주도에서 시작되는 팀 전지훈련에 바로 합류해 이달 23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리는 서울 이랜드와의 K리그2 개막전에서 복귀전을 치를 전망이다. 특히 배성재 감독이 추구하는 ‘헌팅 풋볼’ 전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입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팬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승부조작 의혹을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FIFA의 결정으로 공식적인 선수 자격을 인정받은 만큼 복귀를 막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공존하고 있다.
손준호는 6일 구단을 통해 “충남아산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어 기쁘다. 저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해 충남아산이 K리그1으로 승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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