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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창] 이국에서 고향 신흥동 1가 6번지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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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리고 공터만 남은 신흥동 1가 6번지. /사진=김석주
▲ 헐리고 공터만 남은 신흥동 1가 6번지. /사진=김석주

며칠 전 형님으로부터 신흥동 1가 6번지 일대가 모두 헐리고 아파트 단지로 바뀐다는 연락을 받고 6번지에 관한 생각이 몰려왔다.

요즘은 보통 애들이 한 둘이지만 필자 어릴 때만 해도 가정마다 애들이 보통 네다섯, 영철이 네는 일곱이었다. 요즘은 어린이집이다 유치원이다 애들을 신줏단지 모시듯 하지만 60~70년대 신흥동에서 유치원 다닌 친구는 없었다. 애들은 자기들끼리 큰다. 필자는 책이 없어 누나 교과서를 보고 한글도 익히고 덧셈 뺄셈도 배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네 어귀는 그야말로 유치원이고 학원이고 놀이터였다. 좁은 골목에서 놀고 싸우고 배우고 인사하고 여러 놀이를 했다.

신흥동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놀이가 무궁무진했다. 봄이 되면 어슬렁 어슬렁 친구들이 골목으로 모인다. 구슬치기, 땅따먹기, 딱지치기, 술래잡기는 기본이고 여름이면 웃통 벗고 기둥 말 타기, 오징어놀이, 길 건너기, 다방구, 찜봉 등을 하고 틈만 나면 낙섬으로 수영하러 갔다. 가끔 익사 사고가 발생하는지라 부모님들은 가지마라 하고 애들은 합심하여 갔다. 결국 내 친구 봉이도 물에 빠져 죽었다. 겨울이면 아래 윗동네 눈싸움을 했는데 눈 뭉치에 돌을 넣어 가끔 사고를 일으켰다. 썰매타기 팽이돌리기 제기차기 자치기 연날리기는 주로 겨울에 하는 놀이였다.

단칸 방에 여섯 식구가 살던 기억은 평생 즐겁고 유쾌한 기억이다. 단칸방에서 아버님은 백조담배를 태우셨다. 한 칸 방에서 부모님과 네 자식이 살기는 공간이 부족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옹기종기 잘도 살았다.

신흥동에는 묘한 연도가 있었는데 55년 양띠 형들이 대다수고 58년 개띠 형 누나들이 많았고 61~62년 소띠 범띠에 63년 토끼띠가 거의 막내였다. 부모님들은 서로 연락하여 부부생활을 하셨는지 집마다 한결같이 3년 터울이었다.

이 동네는 남자들은 술, 여자들은 말싸움이 주특기였다. 특히 비오는 날은 육체 노동이 공치는 날이라 그런지 여러 집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툭하면 싸움이 일었는데 어떤 날은 피를 흘리는 아저씨도 있었다. 아주머니들은 사소한 일로 말싸움을 시작해서 급기야는 머리칼을 쥐어 잡고 심한 욕을 하며 뒹굴었는데 며칠 후에는 히히대며 웃기도 했다.

▲ 목욕탕은 사라지고 굴뚝은 아직도 남아서 우뚝 솟아 있다. /사진=김석주
▲ 목욕탕은 사라지고 굴뚝은 아직도 남아서 우뚝 솟아 있다. /사진=김석주

인천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동네 어른들은 거의 모두 부두 하역노동을 하셨다. 동네 옆에는 해광사라는 절이 있었고 그 밑에는 연중 행사로 가던 처녀 목욕탕이 있고, 신흥동에서 동인천 가는 길의 긴담 모퉁이는 좋은 개인주택이 늘어선 거리였다. 율목동 쪽으로 올라가다 왼쪽으로 가다 보면 교회와 시립도서관이 있었다. 당시에는 인천의 유일한 도서관이었는데 재수할 때 친구들과 담배를 배우며 놀고 공부하던 추억의 장소이다. 

당시 송림동 108번지(일명 똥팔 번지)는 신흥동 형들에게도 버거운 건달들이 있어 왕래하기 불편한 장소였는데 신흥동 아랫동네에는 ‘빠방’이라는 보스가 있어 근처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은 가끔 통과세를 내고 신흥동을 통과했다. 신흥동에는 전과자도 있지만 ‘그대 그리고 나’를 부른 가수 광석이 형이 있고 우리 동네에 유명한 송창식 가수가 살았었다는데 어딘 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윗동네에는 무당집이 있었는데 그 후 기억은 없다.

그런 신흥동 1가 6번지가 재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차피 주거지는 바뀌기 마련이고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아파트는 생활의 한 수단이지만 필자 기억 속 인천시 중구 신흥동 1가 6번지는 영원한 추억의 고향이다.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 있고, 우리 4남매 어린 날 빈곤한 시절에, 수제비와 고구마와 국수를 많이 먹었고, 순박하고 천사 같은 코흘리개 친구들과의 기억이 서린 가난한 마음의 고향이다.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 교수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 교수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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