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오는 12일부터 4월 27일까지 ‘Echo: 관계의 울림’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에 기반한 다양한 형식의 작업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선보이는 김범중, 박미현, 설원기, 차명희, 최상철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드로잉은 회화의 근원적 행위이자 결과물이며 창작의 토대를 이루는 필수적인 영역이다.
최근 다변화된 매체 환경으로 그 개념과 방법이 무한대로 변주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가장 기본이 되는 매체로 역할하고 있다.
김범중(b.1970~)은 장지(Korean paper)위에 날카롭고 뾰족한 연필을 새기듯 눌러가며 수많은 선을 만들어 낸다.
일정의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극도로 섬세하게 그어진 선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굵기와 밝기, 질감의 차이를 보이면서 무한에 가깝게 펼쳐진다.
김범중의 작업은 동서양을 아우르면서 그 양쪽의 이면을 드러내고 동시에 해체하려는 점에서 그를 흥미로운 동시대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박미현(b.1972~)은 종이 위에 샤프펜슬을 사용한 드로잉 작업을 통해 지지대와 매체의 물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에게 점을 하나씩 찍어 나가는 것, 선을 한 줄씩 그어가는 것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일이자, 점과 선들이 구현하는 시각적 결과물을 좇으며 생동이 지닌 가능성을 탐구하는 일이다. 종이 한 장, 한 장의 화면 안에 들어찬 원(점)들은 각자의 배열과 구성, 흐름을 지닌 채 나머지 연작과 이웃하며 예기치 못한 리듬감과 운율을 이루며 확장된다.
설원기(b.1951~)는 구상과 추상, 회화와 드로잉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각언어의 진화 과정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나무판이나 린넨에 유화를 그리거나, 마일라(Mylar)라고 하는 유백색 반투명의 강화 폴리에스터 필름 위에 연필, 잉크, 목탄가루, 아크릴, 과슈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조형의 기본요소인 점, 선, 면 그리고 색채를 표현한다.
차명희(b.1947~)는 동양화로부터 비롯된 문인화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도 동양화의 재료가 지닌 한계를 벗어나 종이, 한지뿐만 아니라 캔버스, 아크릴, 목탄 등 새로운 재료 탐색을 통해 자신만의 양식을 개척해 왔다. 무채색의 화면과 기교 없이 단순한 검은색 선이 이루는 그의 작업은 서양화의 재료와 동양적 미감의 조화 속에 편안한 여백과 열린 공간에 대한 경험으로 이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작품에 대한 관조로 이어져 작가가 오랜 시간 화면 안에 담아온 감정과 정서에 가 닿는다.
최상철(b.1946~)은 1960년대와 70년대의 앵포르멜(Informel) 열기 속에서 현대회화의 가능성과 의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탈출구를 찾고자 했다.
또 기하학적 추상 미술운동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비회화적 한계와 논리 속으로만 함몰되는 과정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의 ‘무물(無物)’연작은 ‘노자’에 등장하는 ‘사물이 태어나기 이전의 혼돈된 상태’에서 빌려온 개념으로 모든 형상과 의도를 덜어낸 순수한 표현과 그 흔적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관계자는 “무채색 드로잉이라는 큰 범주에 있지만 고유의 특색을 보여주는 다섯 작가의 작품은 모두 고유의 파장을 가지고 있다”며 “하나의 울림이 타인에게 전달되고 그 울림이 다시 반향을 일으키는 순간, 각자의 세계가 이어지고 다른 이야기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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