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 출신 구준엽(55)이 아내 고(故) 서희원(쉬시위안·48)의 유해를 품에 안고 대만 공항에 도착해 남긴 부탁이 이목을 끌고 있다.
6일(현지 시각) 자유시보 등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구준엽은 지난 5일 서희원의 모친과 함께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비스타젯(VistaJet)의 전세기에서 내린 구준엽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분홍빛 유골함을 품에 안은 그는 차량에 탑승하기 전 “몰려든 취재진에 아내가 놀라지 않도록 우산으로 가려달라”는 부탁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희원의 유해는 대만 북부 신베이시 싼즈 지역의 한 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구준엽의 처제이자 방송인인 쉬시디(서희제)는 매니저를 통해 “언니가 평안하게 집에 돌아왔다”며 “조용하고 진중했던 언니의 성격을 존중해 고별식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금은 천국에서 행복하고 걱정 없을 거라 믿는다”며 “그가 그립다면 마음속에 간직해달라”고 덧붙였다.
생전 서희원은 출산 과정에서 혼수상태를 겪은 후 생사를 초월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지인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으로 가득한 분위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샴페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 작별식이라며 “절대 울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서희원은 지난 2일 일본 가족여행 중 폐렴을 동반한 독감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일본의 장례 규정상 시신은 3일 이내에 화장해야 하기 때문에, 유족들은 현지에서 화장 절차를 마쳤다. 이런 갑작스러운 비보는 한국과 대만 양국의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1994년 동생과 함께 그룹 ‘SOS’로 데뷔한 서희원은 2001년 방영된 대만판 ‘꽃보다 남자'(‘유성화원’)에서 여주인공 산차이 역을 맡아 아시아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한국에서는 국내 방송 드라마 여주인공 이름을 따서 ‘대만의 금잔디’로도 불렸다.
구준엽과 서희원의 국경을 넘은 사랑은 1998년 클론이 대만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시작됐다. 당시 한창 인기를 누리던 클론과 신예 배우 서희원의 열애는 양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과 소속사의 반대로 1년 만에 아쉬운 이별을 맞이했다.
이후 두 사람은 접점 없이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았다. 서희원은 2011년 중국 재벌 2세 왕샤오페이(왕소비)와 결혼해 슬하에 딸(10)과 아들(8)을 뒀다. 하지만 2021년 이혼하며 양육권과 재산 분할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운명은 20년이란 긴 시간을 돌아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했다. 서희원의 이혼 소식을 들은 구준엽이 먼저 연락을 했고, 2022년 마침내 결혼에 골인했다. 한국과 대만의 국경을 넘어선 이들의 사랑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길지 않았다. 결혼 3년 만에 가족과 일본 여행을 떠난 서희원이 갑작스럽게 숨지면서 영원한 이별을 맞이했다. 서희원은 일본에서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독감 판정을 받았고, 4일 만에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현재 유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존중해 별도의 고별식 없이 조용히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시아의 스타이자, 한국과 대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던 서희원의 마지막 길은 그가 생전에 바랐던 것처럼 조용하고 담담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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