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289faeac-72ed-4afe-9307-6838012fb349.jpeg)
지난달 24일 공개된 8부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극본 최태강·연출 이도윤)는 의학 드라마 위에 히어로 서사를 더해 통쾌함을 안겼다. 한국대학병원 외상외과 교수로 부임한 백강혁(주지훈)은 천재적인 실력으로 쉽게 알아채기 힘든 중증외상 환자들의 상태를 단숨에 파악해 바르게 해결한다. 동료 의사들도 믿기 어려운 실력을 과시하면서 3개의 수술방을 동시에 오가는 ‘신의 손’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중증외상팀의 현실을 백강혁은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다. 한산이가 작가가 집필한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가 원작인 드라마는 판타지에 가깝다. 초인적인 인물을 중심에 둬 현실과 거리를 벌이지만 “지금 같은 시스템에서는 히어로 같은 사람이 있어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한산이가 작가의 말처럼 현실은 냉혹하다. 현실과 다른 통쾌한 카타르시스에 시청자는 열광하고 있다.
의학 드라마는 저마다 다루는 분야는 다르더라도 의료인들의 고군분투를 다룬다는 점은 같다. 의사로서의 성장과 고뇌, 병원 내부의 암투와 개혁, 동료 간의 우정이나 믿음 등이다. ‘중증외상센터’를 계기로 의학 드라마의 매력과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함께 보면 좋을 의학 드라마 5편을 꼽았다.
!['뉴하트'의 주인공 지성(왼쪽)과 김민정. 사진제공=MBC](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f10e107d-5f42-4e40-adb9-b5ee3b1bdc9f.jpeg)
● ‘뉴하트’…다시 뛰는 심장 (다시보기: 왓챠·웨이브·MBC)
2007년 방송한 ‘뉴하트'(극본 황은경·연출 박홍균)는 심장을 다루는 흉부외과 의사들의 가슴 뛰는 삶과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방송 당시 최고 시청률 32%(닐슨코리아·전국기준)를 달성하며 의학 드라마의 저력을 증명했다.
이야기는 세계적인 흉부외과 의사이자 심장 이식의 권위자인 최강국(조재현)이 병원 내부의 정치 싸움에 휘말려 지방분원으로 좌천되고, 우연히 지방 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던 이은성(지성)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이은성은 응급 환자에게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한다. 그 때 이마가 찢어져 응급실을 찾은 최강국은 이은성이 머뭇거리는 사이 응급 환자를 살린다.
최강국의 실력을 동경하게 된 이은성은 흉부외과에서 레지던트를 하기로 결심한다. 드라마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스승 밑에서 진짜 의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수련을 거듭하는 이은성의 성장, 레지던트 동료인 남혜석(김민정)과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최강국과 이은성의 첫 만남과 이어진 관계는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과 양재원(추영우)의 설정과도 비슷하다.
‘뉴하트’가 다룬 흉부외과는 강도 높은 업무와 고위험군에 속하는 과이자 단독으로 개원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레지던트들이 기피하는 분야로 꼽히기도 한다. 드라마는 그러한 흉부외과 레지던트와 의사들의 현실도 조명한다.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심장을 다루는만큼 환자의 상태를 즉각적이고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심장 이식 등 고난도 수술 장면도 등장하는데, 모형이 아닌 실제 돼지 장기들을 사용해 몰입도를 높였다. 수술방 안에서의 장면과 참관 장면을 컷별로 나눠 설명하는 시도로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드라마 '브레인'의 한 장면. 사진제공=KBS 2TV](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b54b56ec-aba0-4b14-9c20-c216977a3054.jpeg)
● 드라마 ‘브레인’…신경외과의 세계 (다시보기 : 티빙·KBS 2TV)
신경외과 펠로우 2년차 이강훈(신하균)은 명문 의대 졸업에 최고의 성적으로 본교 수련의를 거친 인물로 ‘잘난 척’이 하늘을 찌른다. ‘오만하다’ ‘싹수 없다’ ‘독종이다’ 등이 이강훈의 뒤를 따라다닌다. 그런 말들에 이강훈은 개의치 않고 출세에 집중한다. 동료들과 상황을 공유하거나 협업하기는커녕 하늘 같은 신경외과 김상철 교수(정진영)와도 사사건건 싸우고 가치관이 부딪힌다.
보통의 의학 드라마가 의사 개인의 능력보다도 ‘팀’으로서 움직이는 상황에 집중한다면 ‘브레인'(극본 윤경아·연출 유현기)은 이강훈과 김상철 교수의 라이벌 구도가 중요한 테마다. 혈관 조직들의 미세한 연결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생기듯 ‘브레인’은 이기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위기를 맞는 이강훈의 서사에 집중한다. “충분히 수술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자만심에 이강훈은 정맥동(정맥중에서도 가장 큰 정맥혈관)을 터뜨려 환자를 위험에 빠뜨려 수술방 출입이 금지되기도 한다.
사실 이강훈이 출세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를 의료 사고로 잃은 그는 변변치 않은 가정 형편에서 공부에 매진해 의사가 됐다. 실력은 탁월하지만 그 보다 학연과 지연 혈연이 중요한 병원 내부에서 이강훈의 배경은 한참 모자라다. 이강훈은 조교수가 되기 위해 의사의 의무를 저버리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막말을 하는 가혹한 행위도 일삼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브레인’은 의학 드라마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강훈이 변해가고 성장하는 과정과 욕망에 더 집중한다. 신하균은 2011년 이 드라마로 탁월한 연기력을 보이면서 ‘하균신’이라는 애칭을 얻었고, 그해 KBS 연기대상을 차지했다.
![드라마 '골든타임'의 한 장면. 사진제공=MBC](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760fec92-dea4-444a-a08c-9a2d9bedfc0e.jpeg)
● ‘골든타임’…생명을 살릴 시간 (다시보기 : U+모바일tv·왓챠·웨이브·imbc)
이른바 골든타임 혹은 골든아워는 외상을 입은 환자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가장 큰 시간을 의미한다. 그만큼 즉각적인 처치와 빠른 판단력이 필요하다. 2012년 방송한 ‘골든타임'(극본 최희라·연출 권석장)은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응급의학과와 외상외과 의사들의 활약을 밀도 있게 그린 드라마다. ‘중증외상센터’ 이전에 ‘골든타임’이 있던 셈이다.
드라마는 진정한 의사 외상외과 교수 최인혁(이성민)의 밑에서 성장하는 이민우(이선균)와 강재인(황정음)의 이야기다. ‘뉴하트’의 배경인 흉부외과만큼이나, 외상외과에는 지원자가 매번 미달이다. 개원에 돈을 벌 수 있는 성형외과나 안과 피부과에 비해 업무 강도가 세고 개원도 어려워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위급한 환자를 위해 밤낮 없이 대기해야 한다.
이민우는 의대 졸업 이후 레지던트를 하지 않고 지내다가 어느 날 응급실 야간당직 아르바이트를 나간다. 기도 삽관조차 하지 못해 환자를 죽게 하자 ‘의사로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고 최인혁의 밑에서 인턴부터 시작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힘쓰는 최인혁 교수를 보며 의사로서의 마음가짐과 사명감을 쌓아간다.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처럼 최인혁 역시 중증외상 환자에 헌신한 이국종 교수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최인혁은 전지전능한 ‘신의 손’이거나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캐릭터는 아니다. 소신 있는 한 명의 평범한 인간으로 환자를 살려 기뻐하기도 하고,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하기도 한다. 실패도 겪는다. 교통사고로 두 차례나 심정지로 위중한 상태인 환자가 세중병원으로 실려와 최인혁과 이민우가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끝내 환자의 죽음을 통보해야만 하는 의사들의 무력감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 '굿 닥터'의 한 장면. 사진제공=KBS2](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a6ad4c4c-fe8e-4c21-918a-0ede9173c891.jpeg)
● ‘굿 닥터’…아이의 눈높이로 보는 의사 (다시 보기: U+모바일tv·쿠팡플레이·왓챠·웨이브·KBS 2TV)
“괜찮습니다.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사회와 단절된 채 언어가 발달되지 못하고 동물처럼 울음소리로 표현하고 경계심과 공격성이 높은 어린이 환자에게 소아외과 레지던트 1년차 박시온(주원)은 이미 팔을 물렸음에도 다시 다가간다. 소아외과 부교수 김도한(주상욱)을 비롯해 모두가 겁을 먹고 머뭇거리지만, 박시온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추고는 바닥을 기어가거나 눕는 행동으로 경계심을 낮춘다. 엉덩이를 흔들면서 다가가기도 한다.
‘굿 닥터'(극본 박재범·연출 기민수)에는 아이에게 시선을 맞추는 소아외과 의사 박시온이 있다. 자폐 3급과 서번트 증후군(사회성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지만 특정 영역에서 우수한 능력 지닌 증후군)으로 동료과 쉽게 융화되지 못한다. 사실 박시온은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이나 ‘뉴하트’의 최강국보다 더 천재적인 능력을 지녔다. 환자의 상태를 보면 머릿속에서 자료를 넘기듯이 장면이 떠오르면서 내부의 문제를 상상을 통해 인지한다. 그런 모습이 주변의 오해를 사지만, 아픈 아이들을 살리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목표를 실현한다.
그를 편견 없이 대해주는 같은 병원의 소아외과 펠로우 차윤서(문채원)와의 관계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2013년 방송한 드라마는 미국에서 배우 프레디 하이모어 주연으로 리메이크 됐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총 7개의 시즌으로 ABC에서 방송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9/image-62cfd088-8a42-4c85-9b1f-ddc4cb25f499.jpeg)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밤은 길고 어둡지만 (다시보기 : 넷플릭스)
눈에 보이는 몸의 외상과 내상이 아닌 마음의 상처가 난 이들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현대인이 겪는 질병인 우울증 등 마음의 질병에 대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극본 이남규·연출 이재규)는 답을 내리기보다는 현상을 들여다본다.
내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옮겨 근무를 시작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은 익숙하지는 않지만 성실히 적응해 나간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 볼펜과 같은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물건들을 지참해서는 안 되고 ID 카드도 목에 걸어서는 안 되는 것만 빼면 업무는 비슷한 것만 같다. 제각각 저마다의 이유로 정신병동의 입원한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마주보면서 공감 능력이 높은 정다은은 조금씩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지난 2023년 공개해 반향을 일으킨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 질환이란 특정한 누군가가 걸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적용될 수 있음을 정다은을 통해 이야기한다.
긴박감이 느껴지는 극적인 수술 장면 등은 없지만 일상에 깊이 뿌리 내린 마음의 병을 다루는 이야기로 완성도를 갖췄다. 특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계속 떨어진 무력감에 도피처로 택한 게임에 빠져 마음의 병을 얻은 김서완(노재원)과 정다은이 유대감을 쌓아가며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에피소드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드라마는 ‘완치’보다는 ‘서서히 치료한다’는 목적을 지닌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 의사들이 중점이 되었던 의학 드라마와 달리 정다은을 중심으로 간호사들의 현실과 상황에 집중하면서 차별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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