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배구 챔피언 트로피를 든 이선규 하쑤 감독. / 연합뉴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2-0028/image-7786302c-5ee7-4c7d-8864-ce6f55740a87.jpeg)
지난해 10월 몽골 남자배구 하쑤 메가스타스의 감독직을 맡으며 홀연히 떠났던 ‘거미손’ 이선규(44) 감독이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금의환향했다. 그는 몽골 배구 사상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지도자로서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우승 확정 후 이선규 감독을 헹가래 치는 하쑤 선수들. / 연합뉴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2-0028/image-acd71352-571f-45b2-8c4b-7efaf84ce082.jpeg)
이선규 감독은 지난해 10월 28일,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몽골 하쑤의 사령탑으로 취임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인터뷰할 시간조차 없이 곧바로 몽골로 출국해야 했다. 당시 몽골 리그 개막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나 그는 짧은 기간 동안 선수들을 분석하고 팀을 정비하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이끌어냈다. 남자부 7개 팀이 경쟁하는 내셔널리그에서 하쑤를 17승 1패(승률 94.4%)로 정규리그 1위에 올렸다. 이어진 플레이오프와 챔피언토너먼트에서도 단 한 경기만을 내주며 22승 1패(승률 95.6%)란 믿기지 않는 성적으로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하쑤가 몽골 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건 5년 만이다. 이선규 감독이 이끈 이번 시즌 22승 1패 기록은 몽골 리그 역사상 가장 높은 승률이다. 단기간에 팀을 완전히 개조한 이선규 감독의 지도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6일자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감독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외국에서 새로운 배구를 배우고 경험을 쌓을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선수들이 내 강도 높은 훈련을 잘 따라줬고,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몽골 선수들이 개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협업을 강조한 시스템 배구를 정착시킨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선규 감독은 “배구는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조직력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운동량을 소화한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선규 감독이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인 이유는 그가 과거 V리그에서 철벽 블로킹을 자랑했던 미들 블로커였기 때문이다. 그는 선수 시절 ‘거미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뛰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에 입단한 뒤, 한국 프로배구에서 센터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1056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역대 1위를 차지했을 만큼 뛰어난 센터였다. 비록 그가 은퇴한 후 신영석(한국전력)이 기록을 경신했지만 한국 배구 팬들에게 그는 여전히 레전드로 기억된다.
![선수 시절의 이선규 하쑤 감독. / 연합뉴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2-0028/image-38bad6ce-bf40-4e24-8684-9ab6b0baec3e.jpeg)
이선규는 대신중학교, 문일고등학교를 거쳐 한양대학교에 입학했다. 원래 배구를 중학교 3학년 때 시작해 비교적 늦은 편이었지만, 2m가 넘는 신장과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대학 3학년 때 얼리엔트리를 통해 프로에 진출한 그는 국가대표 센터로도 활약하며 한국 남자배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의 커리어는 한국 프로배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삼성화재 블루팡스로 이적한 뒤에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으며, 이후 KB손해보험 스타즈로 FA 이적해 팀의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맡았다. 2018년 남자부 최초로 1000블로킹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운 뒤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후 그는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배구 해설자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차분하고 논리적인 해설 스타일로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022년 한국전력 코치로 부임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 몽골 하쑤 메가스타스 감독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해외 지도자로서의 도전을 시작했고, 첫 시즌 만에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국가대표 경험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한국 V리그에서의 커리어를 이야기해주면서 신뢰를 얻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5월에 아시아클럽배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신청한 상태다. 참가 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계획을 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몽골에서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 바야르사이한 밧수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바야르사이한은 2023-2024시즌 V리그 OK저축은행에서 아시아쿼터 선수로 뛰었으며, 하쑤에서 선수 겸 통역 역할을 맡았다. “그가 한국에서 8년을 생활한 경험이 있어서 누구보다 양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낯선 환경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건 그의 도움이 컸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선수 시절의 이선규 하쑤 감독. / 연합뉴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2-0028/image-33263ff0-ff67-4e63-9530-34b4917f40b1.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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