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이 멈춘 듯 잔잔한 강 위에
뗏목꾼의 그림자가 비칩니다
뗏목꾼은 모름지기 내일을 생각하겠지요.
뗏목꾼의 마음이 강물 위에 비칩니다
강물도 소리를 낮추고 귀를 기울입니다.
사진작가 조천현은 1997년부터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 압록강, 두만 강변을 다녔다. 수백 차례 간 그곳에서 그는 강 건너 민족을 포착했다.
또 누군가가 지금까지도 교역과 수송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뗏목’에 천착했다.
압록강 두만강을 긋고 지나는 뗏목과 뗏목꾼은 원시의 산물이 재생한 듯 착오의 현장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이렇게 독특하고도 중요한 작업을 30여 년간 꾸준히 한 조천현 작가의 작품을 만날 기회가 인천에서 열렸다. 인천 영종 스타파이브 문화센터 초청으로 40여점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회는 압록강 상류 량강동 김형직군 동흥물동에서 띄운 뗏목이 압록강 중류 자강도 자성군 운봉댐에 다다르는 여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생명의 원천이자 교통수단으로 오고 가야 할 강 위, 뗏목을 띄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인류의 역사 가운데 가장 오랜 수단이기도 한 물길에 죽은 나무로 뗏목을 만들어 물속에서도 단단하고 썩지 않도록 한다. 거슬러 오르지 않고 물살에 흘러가는 뗏목꾼들의 삶에서 관통한 자유와 역사의 복원을 읽을 기회다.
조천현 작가는 “뗏목꾼들이 뗏목 나무들을 서로 엮을 때 떠나지 못하기 위함이 아니라 잘 떠나게 하려고 묶는 것”이라며 “물의 흐름을 따라 언젠가는 종착지에 다다르는 것이 인생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사라질 그날까지 물의 길과 압록강 뗏목꾼의 노래를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 작가는 동국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우리 민족을 주제로 영상과 사진 촬영을 한다. 책 「압록강 건너 사람들」, 「압록강 아이들」, 「탈북자」, 「뗏목」 등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번 사진전 ‘압록강 뗏목꾼의 노래’는 영종도 스타파이브 갤러리에서 3월4일까지 열린다. 관람료 무료.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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