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한국 창작뮤지컬의 시초 ‘명성황후’의 30주년 기념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 기념 공연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윤홍선 프로듀서, 윤호진 예술감독, 안재승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을 비롯해 ‘명성황후’ 역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 ‘고종’ 역 강필석, 손준호, 김주택, ‘홍계훈’ 역 양준모, ‘대원군’ 역 서영주 등이 참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
‘명성황후’는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후이자 시대적 갈등의 중심에 선 명성황후의 삶을 다룬 창작 뮤지컬로,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김희갑 작곡가와 양인자 작사가가 완성했다.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명성황후’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으며, 최근 개막한 이후 한국 뮤지컬 최초로 누적 관객 200만을 달성했다.
이에 대해 윤 예술감독은 “이렇게 30년간 공연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역사적 교훈과 재미, 보편성. 세 가지가 어우러져서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명성황후’는 어떻게 가야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더 발전시켜서 100년, 200년 갈 수 있는 문화의 레전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명성황후’를 건반 연주자로 처음 만나고, 이후 음악감독으로 여러 번 만난 김 음악 감독은 작품의 매력에 대해 “한국인의 정서를 잘 건드릴 수 있는 동양적인 음악성에 화려하고 다양하게 색이 입혀져 외국인들이 봐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근본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귀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많은 연주자와 협연했는데 한국의 전통악기에 대해 굉장한 호기심을 가졌고, 공연이 끝나고 구매까지 했던 연주자들이 많았다. 그게 아마 K-컬트의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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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이어진 작품인 만큼 ‘명성황후’는 지속적인 변화를 거쳐왔다. 2015년 20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편곡자 피터 케이시와 협업했고, 2021년 25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LED 패널을 활용한 영상 효과와 기존의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을 탈피해 대사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의 ‘명성황후’에 대해 안 연출은 “이번 시즌은 지난번 시도했던 디지털 기술적인 요소들로 인해 배우가 가진 힘이 약화 되지 않았나 하는 자체적인 평가가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전의 아날로그 방식의 무대로 다시 회귀하되 디지털적인 문법의 일부분을 가미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면서, “드라마에 관해서는 1막에서 대원군과 고종, 명성황후의 갈등 요소를 더 강화했고 2막은 임오군란까지의 서사를 더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일부 수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시즌은 젊어진 관객층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안 연출은 “한글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체에서도 최근 사극 같은 경우는 자막을 많이 활용하는 추세인데 저희도 고어, 옛말이 많이 사용되다 보니 어린 관객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랫동안 ‘명성황후’를 빛내고 있는 반가운 얼굴들도 작품이 30주년을 맞이한 것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1999년 ‘명성황후’에서 손탁 역으로 데뷔해 20주년부터 명성황후 역으로 10년간 함께해 온 신영숙은 “30주년까지 이 작품이 올 수 있었던 건 그 성공에 머무르지 않은 채 계속 도전하고, 변화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저 또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제 안에 쌓였던 내공과 여러 가지 것들을 작품 속에 담아서 이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저는 계속 더 변화하고 도전하는 ‘명성황후’의 정신에 같이 부합해 계속하기 때문에 더욱더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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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초연부터 앙상블로 참여했으며, 고종 역의 언더스터디에서 고종 역으로, 지금은 대원군 역으로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서영주는 “제게는 20대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작품이라 특별한 작품이고, 10주년 첫 공 때 다 끝나고 분장실에 들어와서 저 혼자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난다”면서, “15주년 때는 당시 궁녀 역을 맡았던 지금의 제 아내를 만났다. 여러 의미로 ‘명성황후’라는 작품은 제게 정말 많은 걸 준 작품이고, 배우로서도 많이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저는 ‘명성황후’에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명성황후’라는 작품 안에서 새로운 도전을 꾀한 배우도 눈길을 끌었다. 양준모는 2006년에는 최연소 대원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2018년에는 고종 역을 맡았지만, 이번 공연에는 홍계훈 역을 맡아 최고령 홍계훈으로 등극했다.
양준모는 “배우로서는 도전 같은 일이다. 군무 같이 몸을 많이 쓰는 역할을 데뷔때 이후로 한번도 안 해봤는데 나이가 들어서 무릎이 더 안 좋아지기 전에 한번쯤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 또 저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 꿈이 군인이어서 군인 역할을 잘 그려내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역사적으로는 명성황후보다 홍계훈 장군이 10살 정도 많으셨다고 하더라. 나이는 상관하지 않고 재밌게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특별한 관계성으로 화제를 모으는 페어도 있다. 김소현, 손준호는 실제 뮤지컬배우 부부로, 극 중에서도 부부인 명성황후와 고종 역을 맡아 활약한다.
부부로서 나올 수 있는 케미스트리에 대해 손준호는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작품에서도 고종이 명성황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표현이 되어있더라. 누구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을 거로 생각했고, 그 마음을 잘 표현해 보려고 노력했다”면서, “올해로 ‘명성황후’에 참여한 지 3번째 시즌을 맞이하는데 전에는 제 역할에 대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부부의 관계성과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소현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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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소현은 “올해 초에 경복궁에서 ‘명성황후’의 노래를 같이 불렀던 적이 있는데, 길을 걸으면서 실제 명성황후와 고종이 이 옷을 입고 걸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저희가 부부로서 실제 부부를 연기해 같은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평상시에도 자존심 상하는 것 없이 서로 조언을 많이 해주고, 좋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기념비적인 시즌에 새로 이름을 올린 배우도 이목을 끈다. 새로운 명성황후로 등장한 차지연은 앞서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도 명성황후 역을 맡은 바 있는 그는 “저는 명성황후라는 역할 안에서 축복받은 사람인 것 같다”면서 소감을 전했다.
“여러 성향의 작품을 해볼 수 있어서 명성황후에 대해 부족하지만,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됐다. 제 안에서 갖고 있는 명성황후의 중심은 같았지만,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 이번 ‘명성황후’는 좀 더 자애롭고 따뜻한 모습을 부각해 주신 것 같다”
또 그는 ‘명성황후’라는 작품에 대해 “많은 분의 연구와 노고, 피 땀 눈물, 열정으로 30년간 지어진 성”이라 표현하며, “그런 성의 문이 저를 환영하며 열어주었고, 기꺼이 받아들여 주어서 정말 영광이다. 견고한 틀을 제가 멋대로 변형하거나 부수고, 덧댈 수는 없지만 가구의 배치 정도는 저만의 색을 가지기 위해 무던히 노력 중이다. 제 프로필에 ‘명성황후’라는 이름이 쓰여진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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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고종 역으로 새로 참여하게 된 강필석, 김주택도 소감을 밝혔다.
강필석은 “‘명성황후’는 제가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유일하게 알고 있던 뮤지컬이었다. 이제 30주년이 되었는데도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엄청난 것 같다. 계속해서 시대를 반영하며 조금씩 작품을 수정하고 30년을 이끌어간다는 건 나이가 들수록 기적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노래도 오페라스럽고, 기존에 제가 해왔던 작품과는 결이 많이 다르지만 그것을 함으로 인해서 제가 더 발전하는 것 같고, 옆에 주택 씨, 준호 씨가 계셔서 노래 공부도 하면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주택은 “제가 성악을 할 때부터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었고, 저희 어머니도 보셨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뮤지컬”이라면서, “뮤지컬에 출연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선배님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멋진 작품이라고 느꼈고 보전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또 몇 없는 사극을 다루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하고 값진 뮤지컬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윤 프로듀서는 “한번도 같은 무대에 같은 구성으로 공연을 임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명성황후’는 더더욱 변화되고 거듭나면서 관객들에게 더 좋은 감동을 주기 위해 잘 다듬어져서 찾아올 예정”이라는 포부를 전하고 “요즘 경기도 어렵고 시국도 안 좋은 상황인데, 마지막 넘버 제목인 ‘백성이여 일어나라’처럼 힘든 시기에 위로와 감동 얻어가셨으면 좋겠다”면서 인사를 전했다.
한편 ‘명성황후’는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 양준모, 박민성, 백형훈, 강필석, 손준호, 김주택, 서영주, 이정열, 김도형, 문종원 등이 출연하며 오는 3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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