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새 학기를 앞두고 전국 의대생 95%가 휴학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2월 내 복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앞서 제시한 유화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만큼 의대생들의 복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의과대학 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전국 39개 의대 휴학생은 총 1만8343명이다.
이는 전체 재적생(1만9373명)의 95%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집계한 의대 휴학생 인원(1만1584명) 대비 58.6%나 증가한 규모다.
휴학생 중 ‘군 휴학’은 총 1419명으로, 지난해 9월(1059명)과 비교해 34% 늘었다.
재적생에서 휴학생을 제오한 재학생은 총 1030명이었는데, 이들 중 실제 온·오프라인 강의에 출석한 학생은 723명에 그쳤다. 나머지 307명은 휴학은 안 했지만 사실상 ‘수업 거부’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39개 의대 중 11곳은 출석 학생 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아예 1명도 출석하지 않은 대학도 1곳 있었다.
휴학생 숫자가 갈수록 증가한 것에 이어 새해 초부터 시작된 복학 신청 건수도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대 의대 중 진 의원실이 현재 복학 신청 규모를 파악한 곳은 경북대와 부산대, 전남대 등 3곳이었다. 해당 3개교를 모두 합해도 복학을 신청한 학생은 단 18명이었다. 구체적으로 경북대와 전남대가 각 8명, 부산대는 2명이다. 특히 부산대는 2024학번인 1학년생의 복학 신청이 전무했다.
전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의대 개강을 앞두고 진행한 자체 수요 조사 결과에서도 건국대, 가톨릭관동대, 고신대, 순천향대, 아주대, 전북대, 한림대, 한양대 등의 의대생들도 휴학계 제출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이달 안에 2026학년도 의대 교육 종합 대책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구연희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휴학한 의대생들의 복귀 방안 발표를 2월 중으로 마련할 것”이라며 “각 의대 별로 맞춤형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육당국은 대책을 통해 휴학생 복귀와 신입생의 정상적 수업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정작 의대생들이 돌아올지 미지수다. 지난해 교육부는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통해 휴학 조건부 승인, 유급 판단 시기·대상·기준 완화, 의대 교육과정 개편 등 유화책을 내놨지만 의대생 복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일부 의대는 2학기(1년) 휴학한 의대생이 3학기 연속 휴학할 수 없도록 학칙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의대생들이 여전히 돌아오지 않으면 대규모 제적(除籍)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이들이 새 학기에 복귀할 경우 지난해와 올해 신입생 등 7500여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돼 부실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교육부는 강의실, 실습 시설, 교수 인력을 늘려야 하는 등의 과제도 직면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의대생 복귀 시 우려되는 사항을 해소해야 교육부의 종합대책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본보에 “의사 교육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의료서비스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간 행정적·교육적 관점에서만 접근해 왔다”며 “특히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사태에 대한 일관성 없는 대응이 학생들의 불신을 키운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의대 대부분이 사립대학인데, 정부의 재정적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강제적인 조치보다는 권고 수준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며 “효과적인 대책이 되려면 학생 복귀 유도책, 의학교육 실습 정상화, 교수 인력 확보 및 지원, 교육 인프라 확충,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시행 등의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