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디지털리얼티 데이터센터 ‘ICN10′. ICN10은 인공지능(AI)·클라우드 서비스 구현을 원하는 고객사에게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대여해주는 곳이다. 내부에는 사람의 키를 넘는 2m 높이의 IT 기기 수십여대가 가동되고 있었다. 이 기기의 이름은 ‘랙’으로 AI·클라우드에 필요한 서버(대형 컴퓨터)를 한 데 모아 전력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ICN10 내부에는 약 1500대의 랙이 구동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디지털리얼티는 고객 맞춤형 데이터센터를 서비스하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이다. 디지털리얼티는 현재 전 세계 25개 국가에 3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현재 전 세계 5000개 기업이 디지털리얼티의 데이터센터를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리얼티 데이터센터에 입점한 고객사는 상황에 따라 맞춤형 랙 제작을 요청하거나 기존에 제작된 랙을 단순 대여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2022년 국내에 완공된 디지털리얼티 ICN10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설비가 있는 1~6층 면적의 총합은 4500평(1만5109㎡)이다. 인근에 위치한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의 약 2배 수준이다. ICN의 전력 용량 규모는 12MW(메가와트)인데, 통상 업계에서는 5~100MW 규모를 AI 모델 학습을 진행할 수 있는 중형 데이터센터로 간주한다.
ICN10은 AWS코리아와 카카오뱅크, 국내외 주요 통신사 등 글로벌 주요 기업 수십여 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날 직원들은 새로 입점한 고객사의 랙을 건물 안으로 들이는 작업을 분주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소현재 디지털리얼티 매니저는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있으면 인력이 오가며 관리하기가 쉬워 고객사가 선호한다”라며 “마포구 상암동의 경우 대표적인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으로, 정부의 세제 혜택이 있어 이 곳을 국내 첫 번째 데이터센터 장소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리얼티는 ICN10의 전력 효율을 강조해 고객사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리얼티는 랙 내부 서버에 4개의 독립된 경로로 전력을 공급한다. 한 개의 공급원으로 랙을 구동할 때보다, 필요에 따라 효율적으로 전력 배분을 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디지털리얼티의 전력효율지수(PUE)는 1.2인데, 1에 가까울수록 전력 효율이 높다는 뜻이다. 통상 데이터센터는 PUE에 전력 사용량을 곱해 고객사에게 비용을 청구하는데, 업계 평균은 1.5~2.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리얼티는 ICN10의 안정성을 위해 냉각 시스템을 이원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디지털리얼티는 대다수의 데이터센터가 주로 활용하는 공냉식(공기로 열을 식힘) 시스템과 수냉식(물로 열을 식힘) 방식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해 상황에 따라 랙에서 나오는 발열을 식힐 수 있다. 김용지 디지털리얼티 엔지니어는 “AI 구현에 쓰이는 차세대 GPU의 경우 가동을 하자마자 40도까지 온도가 치솟게 된다”며 “상황에 맞는 냉각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데이터센터 안정성 개선에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보조 전력원도 별도로 둬 시스템 안정성을 높였다. ICN10 2층에는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길 때 비상 발전기로 전환하는 ‘ATS스위치’와 서버 손상을 막는 ‘UPS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비상발전기로 전환 시 디젤 연료도 작동하는 엔진의 전원이 켜진다. 이 시스템들은 랙이 있는 공간과 격리돼 있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안전하게 유지된다. 건물 입구에 24시간 가동되는 CCTV를 설치하고, 카드를 소지한 인원만 내부에 진입할 수 있게 보안도 강화했다.
디지털리얼티는 경기 김포시에 국내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개소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김포 데이터센터는 ICN10보다 5배 넓은 규모로 구축될 계획이다. 소현재 매니저는 “김포 데이터센터는 AI 학습에 특화한 서비스를 고객사에게 제공하기 위해 기존보다 넓게 지을 계획”이라며 “한국은 AI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시장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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